15일 밤 때와 장소를 짐작하기 어려운 낯선 분위기의 술집. 음침한 조명에 걸맞게 끈적끈적한 음색의 선율이 흐르고 다국적의 생김새와 차림새의 사람들이 플로어에서 흐느적 거리며 춤을 추거나 탁자에 앉아 술병을 기울이고 있다.
한창 주흥이 무르익어갈 즈음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며 전운이 감돈다. 이곳에 유력한 범죄 용의자 골리앗(최민수)의 끄나풀이 은신해 있다는 냄새를 맡고 특수수사대(SI) 요원이 들이닥친 것이다. 가죽 망토를 걸친 석(김승우)과 매이(김선아)가 홀로 들어와 바텐더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려는 순간 정윤수 감독의 "컷"하는 소리가 팽팽한 긴장을 깨뜨린다.
영화 ‘예스터데이’ 제작진은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동의 허름한 페인트 공장을 베트남 보트피플 3세가 운영하는 말라카베이 바로 꾸민 뒤 15일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말라카베이는 최첨단 인터시티 내 게토지역의 우범자 아지트. SI 요원인 석과 매이가 골리앗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가 한바탕 격투가 벌어지는 대목이 19일까지 진행될 부산 로케의 촬영분이다.
정윤수 감독은 연출 데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광고회사와 미주 한인방송 PD를거쳐 93년부터 충무로에서 현장 경험을 익힌 덕분인지 50여명을 헤아리는 스태프와 출연진들을 익숙한 솜씨로 조율해낸다.
얼마 전 여수 로케를 마치고 숨도 돌리지 못한 채 부산으로 건너온 김승우는 틈틈이 의자에 앉아 지친 몸을 쉬며 밤샘 촬영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있고, 김선아는 첫 스크린 도전이라는 부담감을 떨치려는 듯 스태프들과 쉴새없이 농담을 주고받는다.
오후 6시에 시작한 이날 촬영은 먼동이 트고도 한참 시간이 흐른 이튿날 오전 7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모두 진이 빠진 기색이 역력하지만 한 고비를 넘어섰다는 뿌듯한 표정이 넘쳐흐른다.
지난 6월 9일 크랭크인한 ‘예스터데이’는 현재 60% 가량 촬영을 마쳤으며 내년 설 연휴에 맞춰 간판을 내걸 예정이다. ‘꽃잎’ ‘나쁜 영화’ ‘강원도의 힘’ ‘오! 수정’ 등으로 충무로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온 미라신코리아(대표 안병주)의 6번째 작품으로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고 산은캐피탈과 예당음향이 함께 투자했다. 총 제작비 규모는 45억원대에 이르러 블록버스터급으로 손색이 없다.
2020년 통일된 한반도에서 노인들이 잇따라 살해된 데 이어 경찰청장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범죄심리분석관(김윤진)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던 SI 팀장 윤석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갈등하다가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거대한 비밀을 밝혀내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무대나 등장인물의 성격도 불분명한데다가 액션과 미스터리와 스릴러와 멜로에 SF까지 가미한 복합장르여서 어디서 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경향의 작품이다.
정윤수 감독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예측가능한 가까운 미래를 택했으며,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되풀이되는 우리 주변의 문제와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투 톱’으로 등장하는 ‘터프 가이’ 최민수와 ‘부드러운 남자’ 김승우의 불꽃튀는 대결이 주목을 끌고 있으며 ‘쉬리’의 여전사에서 심리학 박사로 변신하는 김윤진과 은막에 데뷔하는 브라운관 스타 김선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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