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노자의 무위(無爲)사상이 담겨있다?’
’식스센스’ ‘매트릭스’ 등 동양 사람들이나 이해할법한 귀신 이야기나, 허상(虛像)과 실재(實在)의 차이를 묻는 불교적 주제를 담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많이 소개된다. 동양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얼 알고 영화를 만드나?’하며 무시하기 쉽지만 이미 그들의 수준은 동양을 넘어섰다고 지적하며 특히 최근작 ‘글래디에이터’에 주목하라고 강조하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휩쓴 이 영화는 ‘벤허’처럼 그저 스케일이 큰고대의 영웅담으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주인공 막시무스장군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보면 너무 표정변화가 없다는게 두드러진다. 초반부에서 목숨을 건 사투 끝에 대승하고서도 기뻐하지 않고, 황제가 되라는 권유에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검투사로서 살아가며 죽음을 당한 아내와 아들의 목각인형을 바라보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새로운 황제에게 복수하기 위한 탈출시도가 막바지에 무산되지만 좌절감에 비통해하지 않고, 결국 복수에 성공하면서도 희열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쓰러져 숨을 거둘 뿐이다.
왜 이처럼 표정변화가 없는 걸까. 주연배우 러셀 크로는 ‘LA컨피덴셜’에서 불꽃 같은 분노와 적개심을 서슴없이 표출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배우의 캐릭터가 아니라 각본과 연출 등 전반에 걸쳐 ‘합의된 표정연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합의는 무엇일까?
할리우드 영화의 메시지에 관심을 가져온 천문해석가 정창영씨(46)는 “주인공이 그저 시큰둥한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아니라 이번 인생이 여러 번 거치는 무대중 단지 한 번에 불과하다는 개념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노자의 무위(無爲)가 아무것도 하지않는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무엇인가를 하지만 인위적인 욕망이 없어 ‘내면의 흔들리지 않음’을 유지한다는 뜻이라고 볼 때 주인공의 태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특히 중간에 몇번복선으로 등장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커다란 벽이 나타나고, 그 벽의 문이 활짝 열리며 낯선 풍경이 나타나는 구도는 ‘이제 새로운 무대가 열린다’는 개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러한 경향이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오래된 유행이라고 지적한다. ‘사랑의블랙홀’이 수없는 윤회를 통해 순수한 사랑에 도달한다는 종교적인 메시지를 담았고 ‘라비린스’도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수행자가 겪어야 하는 상황을 멋지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이런 메시지를 담는 이유에 대해 정씨는 “자주 접하다 보면 저절로 익숙해지는 영상매체의 특성 때문에 사람을 교육하는데 영상매체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며 분명한 이유가있다고 강조한다.
이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혹시 그런 메시지가 있는지 주의해서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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