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오관 중에서 청각처럼 민감한 것은 없다. 나는 그림을 보면서 한번 운 적이 있지만, 소리를 들으면서는 여러번 울어본 경험이 있다.
소리는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하고, 사람을 잠재우기도 한다. 음악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소리다.
사람은 다섯 가지의 감각, 즉 보는 것, 듣는 것, 냄새맡는 것, 맛보는 것, 피부로 느끼는 것 이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 평생을 통해서 학습하는 경험의 80%는 보는 것과 듣는 것에서 온다고 한다.
시력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어서 시력을 잃는 것은 사지를 잃는 것과 같다고 하고, 실제로 미국에서는 부상이나 불구의 정도를 규정할 때 이를 같은 등급으로 취급하고 있다. 첫 인상이라든지, 첫 눈에 반한다는 말로 시력이 사람의 감정의 교류나 사고에 절대적인 역할을 함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벙어리가 장님보다 사회로부터 더 격리 당한다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것을 포함해서 인간의 모든 감정의 교류나 커뮤니케이션은 소리에 의해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 들고 동네에서 좀 멀리 떨어진 비닐 하우스를 찾아갔었다. 비닐 하우스 속에 들어가서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들이 비닐 하우스를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 비가 적게 올 때는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듣고, 비가 거세게 올 때는 폭포의 소리를 들었다. 눈을 감고 이 강약의 빗소리를 한없이 듣다보면 내 몸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고 귀만 두개 남는 경험을 했다.
이 두개의 귀는 새가 되어서 비닐 하우스 밖으로 나가 저 높은 하늘로 날아 오르고 구름을 뚫고 그 위까지도 날아가는 것이다.
내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을 때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은 장관보다도 그 소리 때문이었다. 그 소리는 나이아가라 시내의 어디에서도 들리는데 거리나 위치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들린다. 그 소리는 내 몸에 배어서 지금도 냄새가 나는 것이다.
나는 연말이 되면 소리를 들으러 찾아가는 곳이 있다. LA에서 5시간 정도의 거리이니까 약 300마일 정도 되겠다. 빅파인이라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등줄기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여기에 베이커 크릭 이라는 캠핑장이 있다.
산의 눈이 녹아서 얼음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고 이 개울이 두가닥으로 나누어지는 곳에 텐트하나를 칠 수 있는 손바닥만한 삼각지가 있다.
물의 속도는 폭포와 다름없어서 그 소리가 우렁차지만 개울이 작기 때문에 소리가 아름답다. 개울은 넘칠듯이 흐르지만 절대로 땅위로 까지는 올라오지 않는다.
여기에 텐트를 치고 밤새 양쪽으로 흐르는 스테레오 물소리를 듣는다. 아침이 되면 내 몸과 마음은 물소리에 푹 젖어서 일어날 기력조차 없다. 나는 일년에 한번 밖에는 이곳에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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