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 모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
10년이 넘도록 건립 감감 무소식
건물을 짓는다, 기념비를 세운다는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거둬들였다가 결산 공고조차 않은 채 운영비 등으로 흐지부지 써버리는 사례가 빈번해 향후 기금 모금 행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기부자에 대한 ‘기만행위’라며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까지 촉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들은 “기부자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법적 조사나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밝혔다.
수년전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 기금을 냈던 A모씨는 “돈을 거둔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기념비 건립은 온데 간데 없다”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분개했다.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은 지난 1986년 한국전 참전 미 해병대1사단 출신 노병들이 제안해 당시 한인 재향군인회와 함께 ‘국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회(IKVM)’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추모회는 한인사회에서 거둔 10만여달러를 포함해 100만 달러 정도의 기금을 마련했고 1992년 11월15일 우정의 종각에 500여명의 인사를 초청 성대한 기공식 행사를 가졌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념비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조병엽 당시 참전기념비 건립 한인후원회장은 “모든 기금은 IKVM에서 통합 관리해 돈이 얼마나 모였고, 어떻게 쓰였는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IKVM 존 엘리엇 디렉터는 “환경조사 비용, 추모비 디자인 비용, 사무실 유지비 등으로 당시 조성했던 100만 달러의 기금을 모두 사용했다”며 참전기념비는 한국정부와 기업, 한인사회의 지원을 통해 200만 달러 정도의 기금을 마련해 반드시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남가주 한인장애인부모회가 추진했던 장애자 복지센터도 한인사회에서 8만5,000달러를 모금했다가 장학재단 기금으로 전환한 케이스.
장애인부모회 이경환 회장은 “건물 건립을 위해서는 30만 달러 정도의 매칭 펀드가 필요한데, 99년 이후 한인사회의 도움이 한 건도 없어 이자 수익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며 “한인사회의 도움 없이 부모들의 쌈짓돈만으로 복지회관을 짓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지난 94년에도 준경찰서 설립기금으로 모금됐던 40여만달러가 운영비등으로 지출돼 흐지부지 됐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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