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여 하와이 공연은 끝났다.
그것도1,200명이란 상상밖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하와이의 쌍무지개 같은 연극을 펼쳤다. 연극이 끝나고 우리 민들레 단원은 11일 밤9시30분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언제나 아름다운 진주만의 불빛을 내려 보면서...
참새역을 맡았던 귀염둥이 꼬마들이 그리고 검정 치마 흰 저고리에 깜장 고무신을 신고 관중앞에 달려나와 춤추던 동네처녀들도 6개월의 고된 연습과 세차례의 공연에서 풀려난 해방감에 모두 잠에 빠져있다.
마치 하와이 공연을 앞두고 초조로운 마음에서 몇날을 뜬 눈으로 지새우던 그 여러날의 밤 같이 말이다. 하지만 오늘밤의 지새움은 성취감, 어떤 일을 성공리에 일구어 낸 자의 승리감이 가져다 주는 즐거운 지새움이다.
지난3월 나는 하와이 공연 타협차 한국일보 하와이 지사를 방문하여 신문지상을 통하여 그리고 이영호 지사장과의 라디오 초대석 프로그램 대담을 통하여 콩쥐팥쥐 공연에 하와이 동포들이 크게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호언장담하고 산호제로 돌아온 그날부터 나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만일에 내가 호언한 그것과 반대 방향의 공연을 하와이 동포들에게 보여주게 된다면 어쩌나 하는 초조감에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74살의 깡마른 노구를 내 스스로 채찍질 하면서 어린이들과 연습에 몰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금언처럼 또 내가 아동극을 하는 목적의 참 뜻이 하늘에 전달된 듯 산호제, 몬터레이 그리고 하와이 공연이 모두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중에서도 하와이 공연은 나로 하여금 또 한번의 큰 보람을 느끼게 한 공연으로 내 여생에 길이길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공연당일 6시 개막 전에 무대 뒷문으로 나가 관객이 얼마나 들어오고 있나 숨어서 지켜보았다. 이러한 지켜봄은 내 연극인생50년동안 행해온 습성이기도 하다. 아니 연극쟁이들의 습성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막까지1시간이 남은 5시에 이미 많은 관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포들의 숫자가 많지 않은 하와이에서 ...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6시에 이미1,100석의 자리가 모자라 객석뒤에 서 있는 관객수가 늘고 있음을 확인한 나는 무릎을 크게 치며 오늘의 공연은 성공이다 ! 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첫막이 열리자 객석에서는 환성이 터져 나왔다. 그뿐인가 600여명은 족히 넘을 어린이 관객이 혹시나 떠들어 대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사라지고 객석에서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무대와 객석간에 공명과 감동의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웃어야 할 장면에는 꼭 웃어주고 또 박수쳐야 할 장면에서는 꼭 박수를 쳐주었다. 그 웃음과 박수는 1,200여명이라는 숫자만큼 컸다. 그래서 나는 박수칠 줄 아는 하와이 관객이라 느꼈다. 한편 어느 목사님이 라디오 서울 기자에게 말한 내용 중 95살 노모가 언제 콩쥐팥쥐 연극 하느냐고 초등학교 학생이 소풍날을 기다리듯 보채는 것을 달래느라 혼이 났다면서 그 노모를 휠체어에 태워 공연장까지 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는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어린이가 연극이 너무나 재미있어 변소도 못 갔다고 말했을 때 나는 다시한번 이 일을 하는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하와이의 미주한인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 김창원 선생의 소감을 듣고 내가 우리 민들레 단원들을 데리고 와 이민100주년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한 것이 정말 잘된 일이었구나 하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다.
아동극작가 주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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