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주민들로 구성되는 지역 사회 개발 자문기구인 ANC(Advisory Nei ghborhood Committee).
현재 300개가 넘는 ANC가 조직돼 환경 정화와 범죄 방지 등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백인 주민들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주로 흑인들로 구성됐던 ANC도 달라지기 시작,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야기돼 한인상인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다.
최근 DC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맥주 낱병판매 반대 운동도 백인들이 많아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서 주민들의 조직적인 저항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한인 상인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일부 한인 상인들은 “DC에서 오래 일해왔지만 이렇게 조직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지역은 주민 한 명이 주변 5-6개의 상점을 돌아다니며 낱병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
“마을 정화는 구실 뿐” 주장도
한인들 정보부족으로 속수무책
낱병 판매를 반대하는 주민은 주로 백인들로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 직종에 있는 인텔리들이 많은데 마을을 정화한답시고 가게를 찾는 저소득 고객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한인 상인들의 주장이다.
한인 상인들은 “정작 백인들은 한인 운영 가게를 잘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손님마저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자신의 실익을 철저히 따지는 주민들은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한인 상인들을 히어링으로 불러내고 한인들은 법에 익숙치 않고 영어가 서툴다 보니 주눅이 들어 비싼 변호사비를 주고도 자신을 제대로 변론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ABC 보드 히어링에 참석했던 차명학 비즈니스협 부회장은 “불려나온 사람은 대부분 한인 상인들이었는데 변론 준비가 안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확대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의 조직적인 저항과 영업 방해에도 불구하고 한인 상인들은 정보도 없고 대비도 부족해 속수 무책인 상태다.
김세중 비즈니스협 회장은 “지금까지 한인상인들이 단합의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협회 일에도 별로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한인 사업자들을 조직화하고 정치 세력을 키울 수 있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케빈 리 ABC 보드 조사관은 “한인 상인들이 다수를 점하고 세금도 가장 많이 내는데 엉뚱한 피해를 입는 걸 보면 가슴 아프다”며 “비즈니스협 내에 전담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주민들을 상대로 이슈를 선점해야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인상인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면서 힘을 모으려고 하고 있지만 회원간 연락 조차 쉽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 김 회장은 “한인 상인들의 정치 세력화는 고사하고 컴퓨터를 가진 사람도 별로 없어 이메일 조차 어렵다”며 “어떻게 해서든 임기내에 이 숙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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