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당 대표회담은 ‘상생정치’의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한국정치사상 처음으로 원내중심의 정당정치체제가 시작되면서 여야 당대표가 보인 ‘초당적 협력’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사실 의회주의 정당정치로 말미암아 당의 정체성을 정치인 개인 위에 올려놓은 것은 큰 개혁이다. 일반 유권자는 당의 정체성을 먼저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다.
4.15 총선 후 여야 정당 당선자들이 소속 정당의 정체성 찾기에 전에 없던 열을 올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당의 정체성은 이념과 노선과 색깔 등의 철학적인 근본을 나타낸 아이덴티티를 말한다.
정당이라는 큰 덩치의 정체가 선명해야 국민이 마음놓고 지지한다는 논리다. 당의 아이덴티티가 확정되면 당의 강령과 정책이 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의 이념은 국가 헌법에 명시된 이념에 제약을 받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가 대한민국의 이념인 만큼 각 정당은 이 국가적 이념을 초월 할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국회선량들 중에 당의 이념이 국가의 이념과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자들이 많다. ‘탈 이념적 실용주의’라든가 ‘이념논쟁은 이미 끝났다’등을 언급하는 선량들의 사상 경향 때문에 국민들이 혼돈을 겪고 있다.
물론 관념적이고 공허한 이념논쟁은 비생산적이다. 그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시급하다. 국민소득 1만 달러의 장벽 앞에 주저앉은 채 9년이 지났다. 경제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개혁은 이념정립을 한 후에 오는 정책결정에 속한다. 인간 세상에 정치가 존재하고 정책이 필요 하는 한 이념이 결코 끝날 수 없다.
열린 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뭔가 또 한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가 내어놓은 협약 문안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원칙과 규칙을 확립하고 이를 제도화한다고’ 돼 있는 것을 정 의장은 이 표현이 마치 북한체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강요, 간섭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이 부분을 협약 문에서 제외하자고 했다고 한다.
그는 이념과 정책을 혼동하는 것 같다. 이념도 길게 보면 가변적이지만 바꿀 때까지는 큰 바위처럼 확고해야 한다.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적대와 협력, 어느 것을 선택할건가는 이념문제가 아니라 정책결정의 문제다. 훌륭한 외교는 당근과 채찍의 강온 양면정책이라는 말이 있다.
또 한가지 있다. 정동영 의장은 북한의 정권과 동포를 동일시하는 것 같다. 남북통일을 가로막는 근본요인이 이념과 체제의 차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북한정권과 북한 동포를 구별해서 대북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북한 정권에 대하여는 개방과 인권개선을 촉진하는 방향에서 주고받는 호혜관계를 모색하고, 북한 동포에 대하여는 동포애 차원에서 민생지원과 민족동질성회복을 위해 퍼주는 협력관계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UN인권결의에 불참하고 또 기권했던 과거의 소극적 대북 정책이 과연 평화정착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북한에서 봉건적, 가부장적 전체주의로 인해 경제가 파탄되고 동포의 절반이 동물적 수준에서 사경에 헤매는 현 상황을 생각하면, 남한의 여야 양당 대표는 이념이 확실한 정체성과 실용적인 정책의 차별화로 모처럼 시작한 의회주의 정당정치의 꽃을 피게 할 역사적 사명을 느끼기를 바란다.
정호영/한민족 자유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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