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자연주의 작가 모파상의 대표적 작품 ‘목걸이’는 과시욕이 강한 주인공이 친구에게서 빌린 모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분실한 후 진짜로 잘못 알고 10년간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는 내용이다. 주부인 마띨드 르와젤이 타인의 패물로 치장하고 파티장에서 잠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던 욕심 때문에 자초한 고생은 현재 많은 한국 여성들이 명품 좋아하다가 카드 빚에 허덕이거나 심지어 가정파탄에 이르는 처지와 흡사한 상황이 아닐까 여겨진다.
한국은 명품바람이 불어 직장 여성은 물론 가정주부까지 그것을 장만하려고 계를 조직하고 심지어는 초등학교 학생도 명품을 가져야 체면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은 상품을 선호하는 것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보릿고개와 전쟁의 참화를 겪는 등 오랫동안 없는 자의 설움을 체험한 국민이라 이제 좀 살만하니 이것저것 갖고 싶고 멋을 부리고 싶은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분수를 모르는 허영심이다. 자신의 형편에 맞지 않는 사치는 자기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명품이 잘 알려진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품질과 쓸모가 그 가격만큼 뛰어날지는 의문이다. 백화점에서 2만원 하는 옷을 바로 옆 재래시장에서 3천원에 살 수 있고 입는데도 별 차이가 없던 경험들이 있다. 일반 상품의 값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지만 명품은 다르다. 유명세란 권리금과 같이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으로 실질적 가치보다는 상징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명품을 갖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런 프레미엄을 즐기려는 것인데 이제 웬만한 명품은 너도나도 소유하고 있는 터라 명품으로서의 희소가치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명품이 고가인 탓으로 가짜 명품까지 성행한다는 것이다. 명품은 진품만 있을 뿐이지 가짜는 이미 명품이 아닌데도 말이다. 버젓이 가짜라고 드러내놓고 팔며 사는 사람도 알면서 산다는 것이다.
가짜를 가지고 눈속임하고 더구나 가짜를 서로 묵인 속에 애용하고 있다니 그런 사회가 어찌 제대로 된 세상이라 할 수 있을까. 가짜가 판을 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건전치 못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반증이다.
사회와 국가는 사람들이 페어 플레이 할 때 균형을 이루며 올바르게 나갈 수 있다. 나의 땀과 노력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장점과 전통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남의 것을 허락 없이 베끼거나 훔치는 처사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모조품에 지나지 않으며 공정한 게임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일 뿐이다.
자신의 형편을 넘어 값비싼 물품을 구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일인데 명품이라면 가짜마저 사양치 않는 행태는 문화국민으로 매우 부끄러운 짓이다. 자기를 아름답고 멋있게 꾸미려는 행위는 좋은 모습이지만 혹시 의복이나 액세서리를 가지고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치졸한 발상이며 졸부근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진짜 명품은 사람에 달려 있다. 내면의 미와 교양을 가진 사람은 어떤 물건을 가져도 명품으로 여기며 천박하고 속이 빈 사람은 아무리 값비싼 명품을 지녀도 ‘개발에 편자’로 보일 뿐이다.
조만연/수필가·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