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케인(왼쪽)이 박세리에게 우승 세러머니로 맥주를 뿌리고 있다.
어머니 날 최고 선물
4타차 열세 뒤집고 시즌 첫승
LPGA 미켈롭오픈
박세리는 효녀다. 지난 99년 ‘아버지 날’에는 부친 박준철씨의 품에 LPGA투어 샵라이트 클래식 우승컵을 선물로 안겨주더니 올해 ‘어머니 날’에는 모친 김정숙씨가 보는 앞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됐다.
박세리는 9일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스파&리조트 코스(파71·6,285야드)에서 벌어진 LPGA투어 미켈롭 울트라오픈(총상금 220만달러) 마지막 날 4타차 열세를 뒤집고 우승,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 27점을 채웠다. 메이저 대회 4승(2점씩 8점)을 포함, 통산 22승째를 거둔 데다 지난해 베어 트로피(평균 최소타) 수상으로 1점을 추가한 박세리는 이로써 앞으로 3년간 현역으로 활동, 10년 경력이 되는대로 한국인 최초의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박세리가 미켈롭 울트라 오픈대회에서 우승한 후 어머니 김정숙씨를 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박세리는 이날 퍼팅이 환상적이었다. 2번홀에서 35피트, 3번홀에서 18피트, 5번홀에서 25피트 퍼트가 쏙쏙 빨려 들어가며 일찌감치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박세리는 결국 버디 8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2개로 막아 6언더파 65타를 기록, 4라운드 합계 9언더파 275타로 줄리 잉스터(미국)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2타차로 제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전날 4타차로 앞섰던 오초아는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날리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박세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 세운 가장 큰 목표가 명예의 전당 입회였다”고 말하면서 “어머니 날 선물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며 기뻐을 감추지 못했다.
박세리의 위업에 빛이 가렸지만 한희원과 김미현도 선전했다. 한희원은 이날 5언더파 66타를 휘둘러 합계 4언더파 280타로 순위를 공동 4위까지 끌어 올려 시즌 첫 ‘탑10’을 기록했고, 김미현도 2타를 줄여 3언더파 281타 공동 6위로 5개 대회 연속 ‘탑10’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편 작년 대회 챔피언 박지은은 합계 공동 12위(이븐파 284타)로 체면을 세웠을 뿐 타이틀 방어에는 실패했고 14살짜리 ‘전국구 스타’ 미셸 위도 박지은과 같이 공동 12위에 오른데 만족해야 했다.
그밖에 1라운드 선두였던 강수연, 2라운드에서 2위였던 김초롱,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시현과 전설안은 일제히 1오버파 285타를 기록, 공동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명예전당 확정 생애 최고의 날”
박세리 우승인터뷰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소감은.
▲지난 7년 동안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원했던 대로 어머니 날 선물로 우승컵을 드릴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쁘다.
-마지막날 역전승만 벌써 10번째인데 쫓기는 것보다 쫓는 입장이 더 좋은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중에 보다 주말에 잘 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특별히 못 친 것도 아닌데 운이 따르질 않아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오늘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한다.
-명예의 전당 입성을 의식, 오늘 리더보드를 자주 봤는가.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는다. 눈에 띄면 본다. 내 성적에 신경 쓸 뿐이다. 16번홀에서야 내가 선두인지 알았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될줄 알았는가.
▲Q스쿨을 통과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나의 가장 큰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 목표가 하나 더 남아있다. 올해 못해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해야 한다. 그 후로는 아니카 소렌스탐처럼 마음 편하게 치겠다. (웃음)
-승부처는.
▲15번홀이었다. 나머지 홀들이 쉬운 편이라 15번에서 파 대신 버디를 잡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규태 기자>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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