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안식일교회 교인들이 토요예배를 마치고 교회 정원에 모였다.
집값 싸고 사업 여건 좋은 ‘기회의 땅’
신규주택 건축 붐… 인구 3년새 20만명 증가
한인 선호업종 옷가게·마켓서 모텔등 확대
기록적인 집 값 상승과 도심의 과밀화로 캘리포니아 곳곳이 신음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베이커스필드는 얼마 남지 않은 신흥 주거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한인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04년에만 신규주택 1만2,000채가 새로 지어졌으며 인구는 5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주택건축 허가 건수가 8,000채를 넘어섰다.
주택중간가 26만~27만달러 수준으로 아직 LA나 오렌지카운티 비해서는 15만 달러 이상은 싸다. 24년차 에이전트인 앤 정씨는 “LA 집을 팔고, 이 곳에 집 2채 구입하거나 집과 비즈니스를 산다면 노려볼 만 한 장사 아니냐”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인 선호지인 남서부의 고급 주택지역인 해긴옥스(Haggin Oaks)와 세븐옥스(Seven Oaks)의 3,000~ 5,000스퀘어피트의 대형 주택도 LA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다.
붐이라는 말대로 한인들도 밀려들 것 같지만 실제로 쇄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 에이전트는 “기존 베이커스필드 주민들 중 큰 집이나 새 집으로 바꾸는 사람이 많다”면서 “타지역에서는 문의는 많지만 실제 거래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택이 매력이지만 이를 뒷받침 해줄 마땅한 비즈니스가 많지 않아 아직은 LA등 근거리 한인들의 투자가 주를 이룬다.
미니마켓, 리커스토어, 패스트푸드 음식점, 옷가게, 스왑밋 등이 한인 선호 투자 업종이지만 매물이 많지 않다. 요즘은 일식당, 모텔, 농장 등으로 확대해 가고 있고 이곳의 정창근씨는 아예 모텔을 신축중이다.
라이언 안씨는 “지난 3년간 인구가 20만명이 늘어났다”면서 “앞으로 샤핑센터들이 추가로 들어설 계획이어서 기회는 늘어날 것”이라며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주말이면 ‘노래하며 차차차’
집집마다 노래방 시설 “한인들은 모두가 가수”
어디나 그렇듯 아직 대형화하지 않은 베이커스필드 한인사회도 가족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정감이 넘쳐난다. LA와 가깝고도 먼 거리 때문에 마땅한 유흥업소가 없어 ‘한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한인 1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놀이문화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남자들 속 썩일 일이 없어 부인과 자식들에겐 좋지만 남자들은 좀 ‘심심하다’는 것. 그래서 주말이면 골프를 치고, 한 사람의 집에 모여 술 한잔하고 노래방 기계로 노래하며 함께 스트레스를 푼다.
웬만한 집에는 노래방 시스템 못지 않은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한 한인은 아예 서재를 노래방과 똑같이 개조해 이 곳 한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3일 이일권(48·컴퓨터업체 운영)씨가 지인들을 집으로 초청, 깜짝 생일잔치를 열었는데 20여명 넘는 한인들이 모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이크를 잡기 시작해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을 자랑했다.
흥겨운 노래 소리로 분위기가 고조되자 부부들은 함께 춤을 추며 뜨거운 베이커스필드에서 더 뜨거운 토요일 밤의 열기를 만끽한다.
김영돈(48) 한인회 이사장은 “사실 놀 곳이 없어 부부위주의 생활일 수밖에 없다”면서 “LA한인타운 같은 유흥업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함께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건전문화를 자랑했다.
그래서 이들의 작은 소망은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방 하나가 베이커스필드에 들어오는 것이다.
생일을 맞은 이일권씨 집에 모인 한인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고 있다.
베이커스필드 한인사회 삼총사인 송성욱(왼쪽부터) 한인회장, 김영돈 이사장, 피터 김 총무가 도시 이정표 앞에 서있다.
■‘코리아프라자 마켓’운영 배윤수씨
“출장왔다 매력에 빠져 정착”
2개의 한인마켓 중 하나인 ‘코리아프라자 마켓·비디오’의 배윤수(48)씨는 이제 막 베이커스필드에 연착륙한 전형적인 한인 이민자다.
90년대 중반 출장차 미국을 방문해 본 베이커스필드는 복잡하고 범죄율 높은 LA보다는 조금 심심하긴 해도 조용한 것이 매력적이어서 이곳에 정착했다.
배씨는 “비즈니스를 정착시키느라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식들 탈선 염려도 없었고, 집 값도 상대적으로 싸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직장 다닐 땐 몰랐지만 비즈니스를 하며 24시간을 부부가 함께 있다보니 부인 정자(44)씨와도 마켓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부부싸움도 했다고 한다.
배씨는 “베이커스필드라서 조금 덜 고생한 것 같다”면서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패스드푸드 같은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대해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 유일한 한국식당 운영 박일원·승희 부부
“궁금한 건 뭐든…”사랑방이자 복덕방
베이커스필드에서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식당은 말 그대로 ‘한국식당’(Korea Restaurant) 이다. 박일원(48)·승희(44) 부부가 6년전부터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한국식당은 ‘유일하다’는 존재감 만큼이나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독식하고 있다.
베이커스필드를 찾아간 23일 점심께 박일원씨는 한인 이영식씨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따 온 싱싱한 고추를 잔뜩 들고 식당으로 들어서던 차라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박사장은 “어떻게들 알고 찾아오는지 베이커스필드 새내기는 꼭 찾아와 이 곳에서 모든 정보를 얻어간다”면서 “아파트 렌트 찾고 동네 구경하는 것까지 성의껏 도와주다 보니 복덕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인 박승희씨도 “급하면 사람들이 전화해 한인 비즈니스를 물어보곤 한다”면서 “한인사회 뉴스는 전부 다 이 곳으로 들어오지만 싸움을 일으킬 말들은 적당히 잘라내고 소식들을 전해준다”며 나름의 ‘편집권’ 행사 요령도 귀띔해준다.
베이커스필드엔 2개의 한국식당이 더 있었으나 문을 닫고 말았다. 한인들은 좀 아쉬워하지만 “80% 이상이 외국 손님이고 주말이나 돼야 한인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박사장의 설명대로 한식당으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
농장주 이영식씨가 한인들에게 나눠주라며 차에 듬뿍 담아주는 수박과 채소들을 식당을 찾는 한인들에게 주며 가족적인 시골의 푸근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며 푸짐한 인심 자랑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베이커스필드의 가장 좋은 점은 자녀들을 위해 좋다는 것. 부인 박씨는 “딸 둘 다 공부 잘하고 더구나 치맛바람이 없어 속 편하다”면서 베이커스필드 한식당 안주인의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베이커스필드의 유일한 한식당인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박일원·승희 부부.
■‘선대일 컨트리클럽’운영 오영근씨
“골프장 운영 만만찮네요”
시카고서 이주 “날씨·여유있는 생활 최고”
“LA 한번 갈 때마다 좌회전 때문에 어찌나 진땀을 빼게 되는지... 베이커스필드는 거리마다 좌회전 신호가 설치돼 있거든요”
1991년 베이커스필드 한복판의 골프장 ‘선대일 컨트리클럽’을 인수해 시카고에서 이주해 온 오영근(69), 신연자(64)씨 부부의 ‘동네자랑’이 한창이다.
은퇴할 나이가 지났지만, 쉬는 것보다 나아서 “쉬엄쉬엄 운영한다”고 한다.
남들이 보면 골프장 사장이라 좋겠다고 하겠지만 베이커스필드와 인근에만 골프장이 10개 정도나 되기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게 오씨의 생각.
오씨는 1962년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공채 1기로 입사했다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거쳐 1964년 시카고로 유학 왔다. 부인 신씨는 사내커플로 만나 결혼했다.
얼어붙듯 추운 시카고의 겨울을 피해 놀러왔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 이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신씨는 “베이커스필드는 자니 카슨이 코미디언 생활을 시작한 곳으로, 지역 사람들을 촌뜨기 취급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많이 인식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선대일 컨트리클럽’ 오영근 사장이 40년 된 골프코스를 돌아보며 베이커스필드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글 배형직/ 사진 이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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