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미스터리] 복제배아 만든 것까진 사실인 듯
16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기자회견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지만(미즈메디 것으로 바뀌어져 있지만)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논문의 과학적 가치는 이미 사라졌지만 도대체 그가 진행한 연구는 어디까지 의미가 있는 걸까? 만약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기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황상 복제 연구는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에서 수정란으로 바뀌었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황 교수팀이 원천기술이 있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 체세포 복제는 했다
일단 황 교수팀이 서울대 실험실에서 환자의 체세포를 인간 난자에 넣어 복제배아를 만든 것은 사실로 보인다. 황 교수팀은 핵을 뺀 난자에 체세포를 넣는 과정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보여준 적이 있다. 황 교수가 “실험으로 재연해 보이겠다”고 한 것도 복제과정을 시연하겠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황 교수는 “난자핵을 뺄 때 난자를 눌러짜는 방식으로 난자 손상을 최소화한 것이 성공비결 중 하나”라고 강조했고 박을순 연구원 등의 손재주를 자랑해 왔다.
또한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수백개의 난자를 여성들로부터 채취해 제공했고, 서울대팀이 난자를 받은 사실은 실험 노트로도 확인된다. 때문에 난자에 환자 체세포를 넣는 복제 연구는 실제 수행됐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여기까지는 세계적으로 일반화한 체세포 복제기술(핵치환 기술)로 체세포 복제양 돌리에서 시작해 소, 고양이, 물고기 등이 여러 나라에서 복제됐다.
◇ 배반포까지 길렀나
복제된 배아가 세포분열을 시작하면 5~7일 지나 배반포 단계에 이른다. 여기까지도 서울대팀이 수행했다. 이 부분이 핵심적인 기술인 것은 사실이다. 세포를 배반포까지 키워야 내부세포덩어리가 형성되며, 이를 추출한 것이 배아줄기세포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여기에 성공한 것이 2004년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이고, 2005년 논문에는 185개의 난자로 30개 복제배아를 배반포까지 키워 11개의 줄기세포주를 확립했다고 발표했다.
해외의 연구팀은 여기서 번번이 실패했고 최근에야 성과를 내고 있다.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의 복제배아는 배반포 전에 죽기 때문이다.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는 황 교수의 2004년 논문발표 전 “영장류 복제배아는 염색체 문제로 8세포기까지밖에 안 간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지난해 12월 원숭이 복제배아를 배반포단계까지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올 5월 영국 뉴캐슬대 앨리슨 머독 교수는 4개의 인간 복제배아를 만들었으나 3개는 3일 만에, 1개는 5일 만에 죽어 줄기세포를 추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뉴캐슬대 연구팀은 올 8월 인간복제배아의 배반포 배양에 성공했다.
황 교수팀이 여기까지라도 성공했다면 의미가 있는 성과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복제된 배아를 배반포까지 키웠는지,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줄기세포 추출 배양했나
황 교수는 “1계대에서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것으로 뒤바뀐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즉 서울대팀이 복제배아를 배반포단계로 키운 데까지는 문제가 없고, 김선종 연구원 손에 넘겨져 줄기세포를 추출해 첫 배양접시에 담은 순간 미즈메디 것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김선종 연구원은 “8개의 줄기세포는 내가 직접 확립하고 배양하고 매일 아침 보았다”고 밝혔다.
황 교수의 말대로라면 김 연구원의 바꿔치기를 의심할 수 있으나, 김 연구원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이전 단계에서 이미 수정란 배아로 바뀐 줄 모르고 배양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추출한 후 이를 배양하는 기술은 전혀 개발된 게 없다는 결론이다. 결과적으로 황 교수팀에 원천기술이 있다면 복제배아를 키우는 데까지만 의미가 있는 셈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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