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이웃집 한인소년 배영민군을 애도하며 추모정원을 조성해 관리 중인 지역주민 메리베스 코트렐씨가 추모석을 어루만지며 배군을 회상하고 있다.
지역공원 수영장에서 익사한 이웃집 한인소년을 기리며 자비로 추모정원을 조성해 관리하고 있는 미국인 주민의 사연이 연말 한인사회에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추모정원은 뉴저지 데마레스트 지역공원인 ‘웨이클리 필드’로 들어서는 길목의 성조기 게양대 밑에 아담하게 꾸며져 있다. 정원내 추모석에는 ‘배영민’이라는 또렷한 한국인 이름을 포함, 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추모정원을 조성한 주인공은 데마레스트 체육협회 위원이자 지역학부모회장인 메리베스 코트렐(39)씨. 이웃집에 살던 고 배영민(사망당시 6세)군이 3년 전 공원 수영장에서 원인을 모른 채 익사체로 발견된 뒤 늘 가슴 아파했다는 코트렐씨는 비슷한 시기에 백혈병 등 건강상의 이유로
유명을 달리한 지역 아동들까지 포함해 추모정원 조성에 나서게 됐다고.
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인 코트렐씨는 “영민이의 죽음은 지역공원 조성 역사상 첫 사고로 알고 있다. 영민이를 기억하는 친구들과 주민들에게 그에 대한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체육협회와 지역정부가 장비와 일부 재정 지원을 협조하긴 했지만 화단을 가꾸고 잡초 제거와 쉼터 의자를 가져다 놓기 등의 막일은 코트렐씨 부부가 도맡아 자비로 충당해 왔다. 정원 조성 시기는 2005년 봄으로 지역주민들은 야구시즌 개막식에 맞춰 추모식까지 치렀지만 이 사실이 한인사회에 알려진 것은 최근 데마레스트 한인자치회(동장 이명수)를 통해서다. 자치회도 정원 관리에 동참키로 하면서 최근 화단 가장자리에 잡초 방지용 버팀목도 설치했다.
또한 자치회는 배군 가족이 아들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 힘들어하다 한국으로 역 이민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소문 끝에 추모정원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는 데에도 큰 힘을 썼다. 배군의 아버지 배종호씨는 e-메일 서신을 통해 “이역만리 타국에서 유명을 달리한 어린 아들을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개구쟁이였지만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행복한 미소를 띤 소년이었다”고 영민군을 회상한 코트렐씨는 18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지금은 날씨가 추워져 꽃을 심지 못했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영민이가 좋아하던 장난감과 꽃으로 정원을 새로 꾸미고 싶다”면서 추모석을 어루만졌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