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남몰래 사모하던 남자의 품에 처음 안기는 그런 여인의 모습이다. 요즘은 보기 드문 아름답고 순결한 모습이다. 수줍음에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눈을 내려 감고 숨소리조차 가볍게 떨리며 조심히 비밀을 털어놓는다.
“케네디 대통령이에요. 편지도 보내고, 꽃도 보내주고 그래요. 편지는 가끔 우체부가 왔다는 신호만 보내고 가져가요. 그래도 저는 무슨 내용인지 알아요. 꽃은 가끔 옆집으로 보내요. 사람들 눈이 있잖아요” 손님이 없거나 일이 끝나면 가게 앞에서 한참씩 혼자 앉아 님과 행복한 정감을 나누는 여인.
“여보시오. 아줌마, 정말 케네디 좋아하네. 꿈 깨슈! 그게 망상이라는 것이요. 착각은 자유 라더니.” 하고 웃어넘기기엔 마음 한 구석 깊이 애처로움이 집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웃, 친구도 냉정하게 말하지 못하고, 남편 자식들도 이 여인의 어이없는 행복을 차마 깨지 못하고 참다가 2년이나 지내서야 여인을 데리고 상담실을 찾았다.
이것이 망상병 중의 색정광(erotomania)형이며 자신을 누군가가(대부분 높은 지위의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망상이다. 성적 양상보다는 이상적, 낭만적인 내용이 많다.
“사람들이 자꾸 나를 미행해요. 나와 어떻게 성적으로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데 응하지 않으니까 계속 전화를 하고 메시지도 보내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를 아주 못살게 합니다. 꼭 증거를 잡으려 해도 교묘한 기술 때문에 힘들어요. 아마 부시 대통령이나 주지사, 줄리아니 시장까지도 관계되는 것 같아요. 여러 군데 항의도 해 봤지만 이 사람들이 미리 손을 써놓았으니 내 말을 믿어줄 리가 없지요.” 큰소리로 흥분해서 불평인지 자랑인지 떠벌린다. 이것은 과대망상(자기가 특별한 여자)과 피해망상(성적으로 이용 당한다)이 함께 있는 망상병이다.
“우리 남자친구는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의심하고 전화번호, 자동차 마일, 아니면 어디 외출했다 돌아오면 옷에 무엇이 묻었는지 핸드백을 조사해요. 어떤 때는 형사가 취조하듯이 자백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우리 남편은 나를 따돌리기 위해서 은행구좌도 다 옮겨 놓았고 이혼수속도 몇 년 전에 다 해놓고 계속 나를 속이고 있습니다”라며 전혀 사실이 아닌 혼자만의 생각으로 남편이 외출을 못하게 문을 잠그는 일까지 있다.
이것은 망상병중 질투형 망상으로 오셀로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의처증, 의부증이라고 한다. 30, 40대에 많이 생기며 갱년기 50~60대 남자와 여자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혼자 너무 심하게 10여년을 남편의 의처증으로 시달린 여자가 신경쇠약에 걸려 고민하다가 끝내는 남편을 죽인 적도 있다.
위와 같은 이런 경우 환자들은 절대 상담을 받으러 가지 않는다. 그 주위 사람들이 먼저 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사랑 때문에(?) 억압된 성욕 때문에 일어나는 끔직한 일들. 병적으로 억압된(발산된) 성욕은 많은 정신질환을 일으키며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한인 이민 사회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이런 질병이 부쩍 느는 것 같다. 한인 사회에 올바른 성문화가 이뤄질 때 이런 망상, 의심, 피해의식에서 해방되리라.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