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주년을 맞아 버지니아텍 캠퍼스 내 희생자 추모비에 꽃이 놓여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참사 현장인 버지니아텍 노리스 홀 주변. 사건 후 긴급사태 대처를 위해 비상전화가 설치됐다.
버지니아텍 참사 1주년
최악의 캠퍼스 총기난사가 남긴 것
미국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텍 참사가 16일로 발생 1년이 됐다. 1년전 오늘, 평온했던 이 대학 캠퍼스를 뒤흔든 총소리는 미국을 큰 충격에 빠뜨렸고 특히 범인이 한인 1.5세인 조승희로 밝혀지면서 한인사회도 경악했다. 버지니아텍을 비롯한 미국 사회는 당시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 참사의 근본원인을 규명하고 상처 치유와 재발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이 겪은 그날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고 모방범죄도 끊이지 않는 등 이 사건의 그림자는 여전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버지니아텍 참사 1주년을 맞아 당시 사건을 되짚어보고 이 사건이 남긴 영향과 교훈, 남은 과제 등을 조명해 본다.
‘악몽’치유·재발방지 노력 속 추모행사
조승희 의문 못풀고 모방범죄도 잇달아
■끝나지 않은 참사
2007년 4월 16일. 벚꽃이 만개한 버지니아주 남서부 작은 대학도시 블랙스버그에 위치한 버지니아텍에선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승희라는 이 대학 영문과 4학년생이 강의실에 난입해 무고한 학생과 교수들에게 마구잡이로 총격을 가해 32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승희가 끔찍한 모습으로 사회에 극도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모습을 담아 범행 전 NBC 방송에 보낸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더했다.
총기사건 발생 후 버지니아텍를 비롯해 경찰과 버지니아주 당국 등은 사건 발생 원인을 찾아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조승희가 왜 그같은 분노를 가졌는지 등 핵심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버지니아텍 참사 이후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총기를 발사하며 분노를 분출하는 모방범죄가 계속되는 등 비극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희생자 추모
그러나 이 끔찍한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남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버지니아텍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건립하고, 사건이 발생했던 노리스홀을 `평화연구 및 폭력예방센터’ 건물로 활용, 역사적 교훈으로 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정부는 유가족들에게 주정부와 대학을 고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1,100만달러의 위로금을 지급키로 했으며 대학측도 모금된 참사성금 850만달러로 추모장학금을 만들고 유가족 위로금 및 부상자 치료비로 제공했다.
버지니아텍은 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 희생자들에 대해 소개하고 각종 행사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아버지가 주한미군이어서 한국에서 태어난 한인 혼혈 희생자 메어리 카렌 리드의 가족들은 “메어리는 가족, 친구들과 산과 바다, 호수 등으로 여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으며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도울 때 가장 행복해 했다”고 회상하며 명복을 빌었다.
대학측은 16일을 `추모기념일’로 정해 하루 동안 휴강하고 다양한 추모행사를 가진다.
■교훈과 대책
버지니아텍 참사는 평소 조용한 성격의 조승희가 광기 어린 살인자로 돌변했다는 사실과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이 정신질환과 주변의 무관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미국내 각 대학과 학교에선 유사 사건 재발을 위해 갖가지 대책을 동원하고 있다. 대학들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관리와 상담을 강화하는 한편 총기소유를 철저히 통제, 장난감 총도 휴대하지 못하도록 하고 `총을 갖고 있다’고 협박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가하며 학교내 경찰들의 순찰을 강화하고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신속히 알리기 위한 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버지니아 공대 참사가 미국내 한인사회에 불러온 파장도 컸다.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이 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의 경우 `문화적 주변인’으로 방치돼 큰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준 사례로 기록됐다.
“큰 소리 나면 자다가도 깜짝”
■총격 속 생존자 데렉 오델
데렉 오델은 지난 13일 21세 생일을 맞았다. 큰 키에 마른 체구를 가졌지만 그의 모습은 여느 미국 학생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알통 밑에 있는 두 개의 작은 흉터만 빼면.
버지니아텍 재학생인 오델은 미국과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버지니아텍 총기참사 사건의 생존자다. 흉터도 그 때 총탄이 팔을 관통한 뒤 생긴 것이다. 오델의 팔은 지금 멀쩡하다. 사건 일주일 만에 학교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1년 전인 2007년 4월16일 아침. 총격이 벌어졌던 207 강의실. 총기참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가 강의실 문을 열어젖히고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조승희가 강의실을 나가자 오델은 자신의 주변의 시신부터 살폈다. 13명의 학생 중 의식이 있는 학생은 4명뿐이었다.
오델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창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으나 그렇지 않고 범인이 다시 못들어오게 강의실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강의실로 돌아온 조승희가 쏜 총에 결국 팔을 맞고 말았다.
그의 팔에 생긴 상처는 아물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깊다. 그는 큰 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고 방에 들어갈 때면 탈출로부터 살핀다. 버려진 동물들을 구해 주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청년은 겁 많고 의심 많은 사람이 돼 버렸다. 그의 손목에는 ‘강하게 살아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고무 팔찌가 눈에 띈다. 수의사가 꿈인 오델은 “나는 (버지니아텍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람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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