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인 12월 19일은 내가 십년간을 품어온 꿈이 실현된 날이었다. 십년이라니 참으로 거창하기도 한데 실상은 그저 작은 가게 하나를 시작하게 된 날이다.
결혼해 유학생인 남편따라 미국와 살게 된 것이 어언 22년을 헤아리니 그 세월의 반을 이 꿈을 품고 살아온 것이다. 아이 둘이 대학생이 된 시점에 시작하려니 마음먹고 지난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장소물색 등 작업에 들어갔고 마침내 사 개월이상의 준비 끝에 문을 연 교육자료 전문서점 JumpQ. 이것이 나의 십 년 꿈이었다. 아니 꿈을 여는 시작이었다.
미국에서 처음 일해 본 곳은 대학의 기혼자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Dunkin’ Donuts가게였다. 한국인이 주인인 그 도넛가게는 24시간 영업이었고 나는 아침 6시부터 11시 혹은 12시까지 오전에 일하며 어언 일 년간 일하게 되었다. 첫 아이를 낳고 두 달도 안돼 시작한 일이었으니 공부하는 남편에게나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들에게나 또 내게도 무리한 일이었으나 거의 일년을 계속하게 되었다. 아침 기상과 함께 신문들고 도넛 가게를 찾는 단골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항상 주문하는 메뉴를 물을 필요없이 준비해줄 정도가 되며 나는 고객과 가족처럼 만나는 소매업의 재미와 의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그후 두 아이를 키우며 참으로 분주하게 살면서도 늘 나의 일을 갖고 싶은 마음을 접을 수 없었는데, 아이들을 공부시키고자 학습자료를 찾으면서 teacher supply store를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학습서들을 한국처럼 가까운 여러 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에 한 가게 정도가 크게 차려져 있어 마음먹고 그 곳을 찾아가야 했다. 그리고 교사를 위한 자료들이 많아 그 가게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마치 길을 잃은 느낌이었고 영어로 세세히 질문하기도 편치 않아 오래 걸려 대충 사서 나오곤 했다. 또 대도시에 살지 않아 한국 책들을 구할 수 없었던 나는 몇 년에 한 번 한국가면 아이들 책이 짐의 전부였다.
그렇게 늘 아이들을 위한 학습자료, 아이들이 읽을 한국 책을 구하는데 갈증을 느끼며 살다가 산호세로 이주해오니 한국서점도 있고 teacher supply store도 여럿 있어 반가웠는데 나의 갈증을 해결할 만한 곳은 여전히 찾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후일 내가 그런 곳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런 날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으로 산호세 지역에서 당시 가장 큰 teacher supply store에서 일하며 배우고 롤모델이 될 만한 곳을 찾아 해마다 로스엔젤레스를 찾았다. 이렇게 해서 맺은 결실이 나의 작은 가게 JumpQ이다.
그저 아이들 대학보내고 심심해서 시작했냐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긴 세월동안 마음으로 준비하고 지난 수 개월동안 몸바쳐 준비해온 과정 과정이 있기에 마음에 쌓인 하소연 보따리의 끈이 풀릴까 무서울 지경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이를 낳았다고 다 된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듯이 사업체도 내가 이 세상에 내놓았고 나의 정성과 손길로 키워가야 할 하나의 생명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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