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행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이는 형평성의 문제다. 최근 재외공관에서 발급하는 한국 여권 수수료가 국내보다 40% 이상 비싸다는 지적은 단순한 체감 불만이 아니라, 제도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
현재 유효기간 10년 복수여권(58면 기준)의 국내 발급 수수료는 5만 원이다. 그러나 미국 내 재외공관에서는 50달러를 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을 1,400원대로 적용하면 약 7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40%가량 높은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외교부가 20년 넘게 ‘1달러=1,000원’이라는 고정환율을 적용해 해외 여권 수수료를 산정해 왔다는 점이다.
2008년 이후 환율이 단 한 차례도 1,000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고, 최근 수년간은 1,200~1,4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과거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행정 편의상 단일 기준을 유지해 왔다고 해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액을 재외국민에게 부담시키는 구조는 정당화되기 힘들다.
외교부는 3월부터 여권 발급 수수료를 2,000원 인상하면서 해외 공관 수수료도 2달러씩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10년 복수여권은 50달러에서 52달러로 인상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산정 체계는 그대로 둔 채 금액만 올리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조치에 불과하다.
과거에도 국회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 환율은 크게 변했고, 재외국민의 수는 늘어났다. 세계 곳곳에서 국격을 대표하는 한인 사회가 오히려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권은 사치품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기본적 권리 행사를 위한 공적 증서다. 국내 거주자와 해외 거주자를 구분해 구조적으로 불리한 부담을 지우는 체계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최소한 실시간 환율을 반영한 탄력적 산정 방식, 혹은 일정 범위 내 자동 조정 장치 도입 등 합리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의 편의가 국민의 불이익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재외국민을 동등한 국민으로 대우하겠다는 원칙에서 출발해, 왜곡된 수수료 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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