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무수단리에서 솟아오른 발사체는 북한의 주장대로 인공위성으로 보인다. 1998년 8월 31일에 발사한 물체도 대포동 1호 미사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인공위성이다. 북한은 이를 광명성 1호라고 부른다. 발사 2주일이 지나서 당시미 국무부의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북한이 작은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하였다.
북한은 이번 발사로 10년 만에 로켓 사거리를 두 배 가까이 연장하였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근접하게 추진체가 낙하할 정도로 로켓 성능도 정교해졌다. 물론 추진체 낙하지점만으로 탄두의 사거리를 측정할 수는 없다. 탄두의 사거리는 로켓의 속도나 연료 연소시점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거리가 연장된 것은 확실하다.
북한은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지 못했으며, 로켓에 핵탄두 장착능력이 있는지, 사거리를 연장했지만 6,500km 이상 사거리를 가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로켓에 장착할 수 있게 이미 핵탄두를 소형화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논란이 많다. 북한이 소형화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이번 인공위성 발사에서 알 수 있듯이 로켓발사는 습도나 바람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발사 시점이 유동적이다. 또 발사대 설치에서 발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 시간 동안에 미국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북한이 ICBM을 무기화하는 데는 앞으로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은 여러 가지 목적 때문이다. 첫째, 내부용이다. 발사 직후부터 ‘강성대국의 대문 열어 제끼기’와 ‘우주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 목적이라고 밝히면서 내부결속을 다지는데 활용하고 있다. 둘째, 협상용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양면적 관계를 활용하여 정치군사적인 수단을 확보해서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 판촉용이다. 북한은 10년 전까지 연간 6억 달러 가까이 미사일 수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999년에 있었던 북미 미사일 협상에서는 북한 미사일 동결의 대가로 3년간 매년 10억 달러의 보상이 논의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북한과 직접대화를 이야기했고, 인수위 시절에는 오바마의 측근들로부터 취임 후 100일 이내에 북한에 특사파견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허나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소지한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거부하였으며, 인공위성발사를 강행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노림수이지, 미국의 정책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를 앞 순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관심끌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포동 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북한을 비판하고 있지만 “6자회담을 통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도 함께 밝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한 어조의 북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문 또한 열려 있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미사일 발사 이후 냉각기에 각자 다른 길을 가다가 다시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핵없는 세계’를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핵군축을 선도해서 이란, 북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솔선수범론’에 입각해 있는 모범생의 모습이다. 이런 미국의 눈에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미국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과 미국은 지금 서로 눈높이가 서로 다른 것이다.
북미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냉각기는 장기간 유지되어 대화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화를 진행하면서도 불신이 유지되는 이중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이중상태의 해결을 위해서 ‘핑퐁외교’와 같은 북미 신뢰증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김창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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