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내원 이순신 숭모인 재미한국학교 역사문화교재 편찬위원장
28일은 이순신 탄생 464주년이 되는 뜻있는 날이다.
이 날을 맞아 한국 제일의 위인이며 민족의 은인인 충무공 이순신을 우리가 얼마나 바로 알고 가까이 느끼며 공의 마음에 들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뜻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 언론 논객은 ‘공이 없었다면 조선도 없었고 우리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충무공 이순신은 과거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현재적 뿌리다’라고 갈파하며 ‘오늘날 우리가 충무공 덕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참으로 은혜를 아는 신선한 견해를 덧붙였다. 그리고는 오늘날의 세태로 보아 우리가 탄신일을 기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하며 공은 생전에도 자기 일신의 안위를 추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념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마음 쓸 일이 아니라고 씁쓸한 자위로 끝맺고 있다. 공께서 추구하신 이타(利他)의 정신과 희생과 봉사의 참된 사랑을 외면한 채 자기의 이익과 영달에 급급하는 세태가 문제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면 공께서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사셨기에 그 엄청난 고난을 이기시고 민족의 대은인이며 큰 스승으로 날로 빛을 더하고 계실까?
공께서 임진왜란 발발 첫해에 쓰신 것으로 보이는 한편의 제목없는 네구절 시조에서 공의 마음을 읽어 보기로 한다.
-아득하다 북쪽 소식 들을 길 없네 (北來消息杳無因) 외론 신하 때 못 탄 것 한이로구나 (皆髮孤臣恨不辰)/ 소매 속엔 적을 꺾을 병법 있건만 (袖裡有??勁敵) 가슴 속엔 백성 건질 방책이 없네 (胸中無策濟生民)/ 천지는 캄캄한데 갑옷엔 서리 엉키고 (乾坤點?霜凝甲) 산과 바다 비린 피가 티끌 적시네 (關海腥?血?塵)/ 말을 풀어 화양으로 돌려보낸 뒤 (待得華陽歸馬後) 복근 쓴 처사 되어 살아가리라 (幅巾還作枕溪人) -이은상 역
첫째 연에서 공은 당시 지극히 제한적 작전권밖에 갖지 못했던 지역 군사 책임자의 입장으로 평안도로 옮겨간 피난 조정의 행방을 몰라 연락과 명령을 받을 수 없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차라리 자기 자신의 시대적 불운을 한탄하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연에서는 그와 같은 불운에도 불구하고 홀연 자기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려는 의지를 불태우며 또 다른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소매 속엔 적을 꺾을 병법 있건만’ 전투에 관한한 적을 제압할 확실한 작전구상이 마련되어 있다는 자신감을 내어 비치는 한편, ‘가슴 속엔 백성 건질 방책이 없네’ 전란의 참상 속에 신음하는 백성의 고통을 구제하는데까지는 자신의 역량이 미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군사 책임자로서 본분은 어디까지나 전쟁을 이기는데 있었건만 그 경황 중에도 백성의 안위와 고통을 먼저 생각하는 이순신의 마음 씀은 바로 참된 인간애의 표상으로 이순신 정신의 백미이며 이순신 인성의 요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 직무의 한계를 폐쇄적 울타리로 꽁꽁 묶어 그 직무수행의 궁극적 목표와 연계효과를 무시하여 그르치는 반면 현자는 자기의 직무가 어떤 궁극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한 단계로 이해하고 상호 협조하는 것이다.
이순신에게 전쟁의 승리는 나라의 수호와 백성의 안위를 확보하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세 번째 연에서는 전투수행의 고초와 전쟁의 참상을 그리며, 네 번째 마지막 연에서는 ‘말을 풀어 화양으로 돌려보낸 뒤’?전쟁을 끝내고, ‘복건 쓴 처사되어 살아가리라’ 전원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인간적 희망을 내어 비쳤지만 노량의 마지막 해전에서 전사하심으로써 이 마지막 바람은 끝내 이루실 수 없었음을 생각할 때 가슴 메어지는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이와 같이 충무공께서는 제목 없는 이 한편의 시조 제 2연에 ‘지극한 인간애?백성사랑’과 마지막 제 4연에 무장이면서도 평화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평화사랑의 마음을 담아내어 이 한편의 시조가 이순신 정신과 이순신 인성의 옥조를 이루고 있다.
충무공 탄신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이순신 인성을 본받고 우리의 민족정기를 바로잡아 세계 속에 우뚝한 한국인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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