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단상-박용진 목사(어스틴 제일 장로교회)
고국에서는 어버이날에 어른들에게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줍니다. 필자 어릴 때는 하얀 카네이션을 다는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부모가 생존해 계신 이는 빨간 카네이션을 달았고 양친이 모두 돌아가신 이는 하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그래서 어버이 주일이 되면 교회입구에서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었는데 종종 하얀 카네이션을 달아달라는 이들에게는 하얀 카네이션을 달아주었습니다. 아마 상이 나면 하얀 소복과 하얀 꽃으로 장식하던 전통 때문에 카네이션도 그렇게 하얀색을 달았던 모양입니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해마다 어버이날에 하얀 카네이션을 달고 예배당에 들어가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 양친이 모두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해마다 하얀 카네이션을 달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위해 항상 하얀 카네이션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또 한 해가 흘러 어버이 주일이 되었습니다. 교회에 들어가는 그에게 늘 그랬듯이 꽃을 달아주는 이가 하얀 카네이션을 달아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그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하얀색이 아닌 빨간색 카네이션을 달라는 것입니다. 순간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당황했고 하얀 카네이션을 손에들었던 이는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죽은 부모가 살아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모든 사람들의 뇌리를 스쳤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주저함없이 다시 한번 빨간카네이션을 요구하였고 하는 수없이 그의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주었습니다.
나중에 사연을 알고 나서 그날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그 남자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전쟁 통에 이산가족이 된 사람이었습니다. 피난 나오면서 가족들이 흩어져 수십년간 부모님의 생사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걸로 알고 해마다 부모의 제사를 추도예배로 드려왔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부모님이 생존해계신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듣고 그해부터 바로 하얀카네이션을 버리고 빨간 카네이션으로 바꿔달았던 것입니다.
몇 해전 필자가 어버이주일에 설교하다 고국에 계신 부모님이 그리워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함께 눈물을 흘리던 교인 한 분이 필자에게 말했습니다. “부모님께 잘 해드리세요. 저처럼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 잘해드리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답니다. 그게 지금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몰라요…” 그날 필자는 하루종일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지냈습니다. 어머님은혜 노래가 얼마나 온종일 입 가에서 맴돌던지요…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다하리요 어머님의 은혜는 한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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