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목과 공존, 미국과 이슬람 국가 관계의 새 출발을 역설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 대학 연설을 들으며, 나는 분단된 우리 조국의 아픔을 생각했다. 허리가 끊어진 채 오랫동안 신음하는 조국, 중국 땅에 유리하는 수많은 탈북자들. 이민 후 오랜 세월을 조국 실정에 귀를 막고 눈을 가렸었는데, 귀소 본능인지 나이가 들수록 조국의 안타까운 현실이 가슴에 부딪친다. 아니면 빈손으로 이민 와서 정착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이곳에서의 방관자 같은 삶이 점점 더 부담스럽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참 특수한 나라다. 조그만 땅덩어리에 7,000만이 사는 나라, 고구려가 아닌 신라가, 그것도 외세의 힘을 빌어 삼국을 통일한 것부터 잘못 끼운 첫 단추인지 수난의 연속이다. 어찌 그렇게 대륙과 섬의 통로가 되는 묘한 위치에 자리 잡아 반만년 역사에 1,000여 번 외세 침략을 받았고, 내부적으로도 양반 기득권자의 수탈을 참아야만 했던, 그래서 한(恨) 많은 백성이 되었다. 오죽하면 아침 인사가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혹은 ‘조반 드셨습니까?’일까.
예레미야 선지자가 예언한대로, 오랜 세월 80여 국가에 흩어져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고토로 돌아와 1948년에 독립국가를 세운 것은 기적 그 자체이지만, 조그마한 땅덩어리 조국이 그 오랜 세월 주위의 강국에 끼어 시달리면서도 엄연히 그 명맥을 이어 온 것도 기적이다. 같은 민족 간의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었던 죽음의 땅이 불과 60년이 되기 전에 경제 대국으로 탈바꿈한 것도 꿈꾸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진 1991년에 미소 냉전이 끝났는데도 아직도 유일하게 이념의 차이로 분단된 나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한지가 수십 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통일의 희망은 요원한 슬픈 나라이다.
과거 10년 간 햇볕정책으로 남북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힘써왔다는데, 북한은 미국과의 협정과 유엔 결의안을 어기고 어둠 속에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인권과 종교 탄압을 하고, 3대 째 권력 세습을 선언한 이북의 지도자는 신(神)처럼 대우받는 권자를 포기할 경우라도 진정 조국의 평화통일을 원하기는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선전, 선동을 통한 대중의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이북의 참상으로 인한 뼈저린 탈북자들의 모습을 처음 비디오로 목격했을 때 그야말로 하염없이 울었다. 우리 민족의 죄를, 나와 나의 아비 집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그 후 중국에 가서 직접 탈북자 자매들을 만나 말할 수 없는 아픔과 비극을 끌어안고 사는 이들과 통곡으로 기도를 나눈 후 내 가슴에는 늘 이들이 어른거린다. 6월10일 워싱턴 포스트 지에는 30만에 가까운 탈북자들의 모습이 소개되었는데, 내가 보고 들은 대로 과장 없이 기록되었다. 이 비극은 결국은 통일 조국으로만 종결되는데, 통일은 과연 언제 오는 것일까?
세상의 예측을 뛰어 넘어 1990년에 동서로 나뉘어졌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을 맞았다. 총신대 주도홍 교수는 ‘통일 전 후 독일 교회의 사회봉사’라는 논문에서 독일 교회의 그리스도적 사랑의 행위, 즉 통일 전 서독교회의 동족과 동족 교회를 위한 봉사와, 통일 후 사회적 역할로서의 독일 교회의 섬김을 통일의 가장 큰 요소로 꼽고 있다. 서독 교회가 시행한 동독을 위한 인격적이고, 지속적이고, 비과시적인 재정지원은 주로 동독 교회를 돕는 것과 정치범 등의 석방을 위한 것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서독 정부가 동독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교회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막후에서 엄청 도왔다는 사실이다. 한국 교회와 정부에 시사하는 점이 참 많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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