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퇴로(退路)가 차단된 맹수의 농축된 광기(狂氣)의 분출이었다. 일제의 한반도 도략(盜掠), 히틀러의 아우스비치, 월남 등 세계 도처를 할퀸 자본주의의 사생아 미국 군수산업 복합체의 발톱. 이들의 잔인성을 극적으로 현시(顯示)한, 그것은 지구 종말의 아파컬립스의 연출, 아니 신(神)의 이분법적 저주를 복수하기 위해 아벨을 죽인 카인의 후예들이 벌인 성찬(盛饌)의 사육제를 연상케 했다.
이 피의 화요일은 인류의 문명이, 그리고 그 문명이 축조한 인간의 가치관이 바벨탑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미국의 자본주의가 세계 도처에서 약탈한 자연과 자본의 총화인 월 스트릿의 110층 세계무역센터가 연옥의 불길에 녹아 쏟아져 내리는 낙진을 피해 우왕좌왕하는 인간 군상(群像)들의 처참한 자화상의 TV 클립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전 인류가 현장의 목격자가 된 이 비극이 던진 교훈과는 무관하게 인간은 지난 8년 동안 사상 최악의 도덕적 상흔을 씻고 불사조처럼 일어선 것처럼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극단적 테러행위가 나온 배경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관계에서의 평화나 충돌의 구도는 전적으로 강대국의 대외정책의 공정성과 함수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무슬렘의 세계에서 볼 때 미국의 대외정책은 언제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랍인 대부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에 접근하는 미국의 정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 같은 전 지구적 원성이 전혀 사실무근이 아니라면, 9/11대미 테러는 미국의 파행성 대외정책과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해 진다.
바로 여기에 문제해결의 열쇠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미국은 대중동 정책에서 편파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장기화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군수산업 복합체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치인들의 야누스적 이중행태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미국의 비극은 역사적 경험이 일천한 가운데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일어선 데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민주주의의 희망을 지구의 오지(奧地)에까지 전했으나 민주주의의 이상과 시행의 공정성에 큰 괴리(乖離)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반성이 새로운 접근을 위한 선결요건인 데도 불구하고 조지 부시정권은 대미테러와는 무관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여 ‘테러소탕’이라는 명분으로 무고한 무슬렘 인민들을 대량학살, 무한폭력, 고문 등 온갖 만행을 자행하였다. 미국 군수산업 복합체의 영향력을 크게 피하지 못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정부도 집권하면 즉시 철군하겠다던 당초의 공약을 파기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비한 살육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 자본주의의 허상(虛像)이고, 미국 민주주의의 도덕적 타락(墮落)이다.
다행한 것은 미국의 일부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침공뿐 아니라 과거 월남과 캄보디아에서, 아르헨티나, 니카라과, 컬럼비아,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수천만의 사상자를 낸 비극적 역사에 대해 그 책임을 반성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소위 “기독교적 관용”의 이중성이다. 세계의 양심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 대량학살과 고문에 책임 있는 자들을 전범으로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들에 대해 기독교적 관용이라는 잣대를 댄다. 기독교가 ‘사랑과 용서의 종교’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중동 등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대량살육에 대해서 함구하고 좌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닌가?
어쨌든 미국이 이 비극에서 교훈을 얻어 앞으로 긴 역사적 안목에서 제 3세계를 포함한 전 지구적 평화를 모색하는 균형적이고 건설적인 접근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의가, 아니 오직 정의만이 대미 테러에 대한 최선의 방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Editor.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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