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나가지 않아도 하느님은 역사 하시는가?
청솔, 한성호 목사님의 출판 기념회에 다녀오면서 독백처럼 되내어 보고는 싱긋이 웃었다. 목사님이 아신다면 서운하시겠지만, 사실은 그곳에 간 것은 순전히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며칠 전, 한국일보, J 기자가 맛깔스럽게 소개해 놓은 P 작가의 출판 기념인 줄 잘못 알고 김 선생과 함께 가기로 약속한 것이 화근이었다. 늦게서야 잘못된 약속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허언을 할 수 없어 마지못해 나갔다.
내키지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잔뜩 찌푸린 궂은 날씨 같은 우거지상을 하고 출판 기념회장을 들어섰다가 깜짝 놀랐다. 작년 10월에 K 박사의 출판 기념회에 갔다가 뵈었던, 낯익은 얼굴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매서운 눈매 사이로 비치던 예사롭지 않던 진정성, 견고한 두 입술 사이로 아이러니하게 흐르던 다정함, 자그마한 몸통보다 마음 통이 더 비대하여 마치 기형아처럼 보였던 인상이 깊게 뇌리에 각인되었던 분이라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내 눈에도 금방 기억할 수 있었다.
자의식이 강한 나는 본의 아니게 어떤 거역할 수 없었던 분위기에 휘둘려 억지로 오게 된 것 같은 불편했던 마음이 어느새 ‘참 잘 왔다’는 마음으로 변했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도 간사하고 이상한 것인지 스스로 당황하여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부끄러워 얼른 자리를 찾아 앉았다.
고백하지만, 도서 출판 저자가 목사님이라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나는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속에는 수백, 수천이나 되는 사탄이나 마귀가 들어앉았는지 교회 성직자나 벼슬(머슴인가 벼슬인가에서 인용)을 하는 분들, 하느님의 후광을 등에 업고 거룩하게 말하는 신자들을 보면 살갗에 소름이 돋을 만큼 강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부모 형제들을 모국에다 두고 낯선 이민의 땅에서 삶을 개척해야 하는 우리는 고아 같은 심정으로 365일 24시간을 긴장상태에 있다고 해도 크게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거대한 미국 땅에서 잘 먹고 잘 살지만, 정신은 언제나 굶은 아이처럼 말이 고프고, 마치 무인도에 혼자 표류한 것처럼 불안하고 외롭다.
아무 말이나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속 옛말을 함께 나눌 친구가 절실히 그립지만 이내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다. 그 이유를 이제 굳이 내 입으로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나를 대변할 만한,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해답을 주는, 한국일보에 오 년 동안 게재되었던, 『한성호 목사의 평신도 인생, 쓴소리 칼럼』이 『그리운 풍금소리』라는 제목을 달고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저자의 말’에서 문인세계의 언저리에도 못 가본 불법체류자라고 겸허하게 당신을 소개하면서 무지막지한 글을 읽어 줄 독자를 위하여 청심환이라도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풍자하였는데, 아무래도 그 책임은 지셔야 할 것 같다.
출판 기념회를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 독자는 밤새워 책 한 권을 단숨에 읽고, 번득이는 칼날에 정신이 베인 것 같아 청심환을 먹지 않고는 이 밤을 온전히 잠들기는 틀린 것 같다.
특히, 『갈라 교회』 『목사의 간판 시대』 『선무당, 선목사』 『목사 킬러』 『선교사 파송과 축하』 『목사님의 말조심』 『머슴인가 벼슬인가』『건축헌금의 변칙사용』 『교인과 성형수술』 『돌아선 아픔보다』등은 평소생각하고 있었던 몽매한 독자의 마음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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