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고 영특한 여성은 아름답다. 인도시인 타고르(1861)는 신비로운 여성 매력에 감탄하면서 “여인이여, 반은 여성이고 반은 꿈이로다”라고 표현했다. 역사적으로 남자는 세계를 움직였으나 여자는 남자를 장악했다. 그래서 “남자는 눈을 가졌지만 여자는 통찰력을 지녔다”고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1802)가 지적했다. 환상적인 여권(女權)신장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현대 정치문화는 지구촌의 여인천하(女人天下)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인 평화, 독립, 자유, 자원, 인권, 경제, 문화와 법치 등에 여성들의 지도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남성들이 즐겨 선택하는 사냥본성(hunting)은 유혈만 낭자했고 평등한 해결책은 드물었다.
지난 주 서울에서는 남미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인 칠레 여성 대통령이 국빈 방문, 11일 청와대에서 정상 회담을 가졌다.
미첼 바첼레드 대통령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태어났으며 칠레 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1970)하여 동독에서 외과의사 자격을 취득(1983)했다. 그러나 모국인 칠레에서 미첼은 겨우 아동보육원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그러다 미국 워싱턴 DC 국방대학에 유학, 국가방어교육을 이수(1997)했으며 나중에 칠레의 보건부 장관(2000), 최초 여성 국방장관(2002)이 되었다.
미첼의 업무수행 평가와 인기는 지난달 29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듯이 그에 대한 인기는 80%에 달한다. 국민 90%는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고 답했으며 ‘신뢰한다‘는 88%에 달한다. 신문 인터뷰에서 “나는 도박으로 여성미를 잃지 않았다”그리고 “국가 성장은 어린이부터 강하게 자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레 경제 성장은 이미 5%(2010년)로 예측되고 있다.
미첼의 사생활은 어떨까. 그녀는 싱글 맘(이혼녀)으로 자녀 셋을 키웠다. 두 아이는 헤어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첫 딸은 미혼모 때 생겼다. 칠레 사회는 16세기 스페인 침략 후 1810년에 독립했으나 천주교 영향으로 산아제한이고 미혼모가 많으며 이혼은 2005년에야 합법화된 가부장적인 나라다. 특별히 편견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미혼모들은 수입원이 제한되어 아동양육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 왔다.
미첼을 양육한 아버지는 완고한 공군 준장으로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 체포(1973)돼 모진 고문에 못 이겨 몇 개월 뒤에 감옥서 사망했다. 어머니는 인류학자였으나 정보기관에 연행(1975)돼 한 달간 조사와 고문을 당하다가 호주로 피난갔다가 이후 동독으로 망명했다.
대통령 취임사(2006년 3월)에서 “나는 증오의 감정을 잊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남들이 내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내가 남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내게 사명감을 심어줬다. 내 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우리가 살아야만 했던 이 비극을 후손들에게는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성공적인 여성 지도자들의 활약은 천하를 주름잡고 있다. 필리핀의 대통령 글로리아 아로요(58)대통령도 영화배우 출신이면서 후생과 사회 보장에 공헌이 많고 반정부 군사 단체들과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안케라 멘켈(55) 수상도 동독 출신으로 기족사회당과 사회 민주당을 연합하여 당선되었으며 국제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열정적인 사회주의자로 아버지는 개신교 목사, 어머니는 영어선생이다.
엄마는 강하다. 어머니가 바로 서야 가정이 평화롭고 지역사회가 발전하며 국가도 번창한다. 지구촌 사회에서 여성들의 인내, 소망, 충성, 명예심은 사랑의 꽃이 되고 있다.
서울의 안방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사람을 얻으려면 먼저 강함을 보인 후 다가가서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서우냐? 공포를 극복하는 데는 도망치거나, 분노하라”고 일깨웠다. 모든 게 힘들어도 엄마가 힘내면 자녀들의 아름다운 꿈은 살아나지 않던가.
김현길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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