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불과 10년 전의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과 극명하게 대조가 되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지 또는 “격세지감이다”라는 표현을 실감하게 된다. 클린턴은 북경에서 장쩌민 당시 중국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천안문 광장의 데모 진압을 강력하게 비난했던 바 있다. 오바마는 이 번 주초 기자들의 질문을 허용하지 말아달라는 후진타오의 요청에 따라 기자들 앞에서 후가 한마디 하면 화답하는 형식으로 회견이 아닌 발표식에 참여하였다. 상해에서 있은 중국 대학생들과의 대화라는 것도 공산당 청년연맹 소속인 학생들과의 대화였고 그나마 중국 당국은 국영 TV에서 방영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경제가 대답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 경제는 보잘 것 없는 변방국 수준이었다. 2001년 필자가 중국엘 열흘 동안 돌아보았을 때만 해도 북경 중심가에도 호텔이나 국영 상점이 아닌 곳에서는 수세식 변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동차들도 많지 않았고 자전거들만이 길목마다 넘칠 정도였었다. 월 임금이 백불 이하인 중국 중산층들이 자가용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998년에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정상화시켰을 때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600억불 정도였다. 그 후 10년 동안에 무역적자는 2,680억불로 무려 네 배 이상 증가 되었다. 그 결과 수만 개의 미국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은 무려 8,000억불의 달러를 보유하는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변모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까지 포함하면 1조 달러가 넘는 게 중국의 외환 보유 규모니까 오바마가 미국의 경제 침체를 벗어나는데 있어서 중국의 도움을 감사한다라고 저자세를 보인 것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G-8 또는 G-20가 아니라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협력 체제라는 의미로 G-2 가능성이 언급되고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가 대두 되는 것이다. 또 중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달러의 국제 통상 기초 단위를 탈피하고 새로운 특별 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창설을 고려해 보자는 시험용 관측기구를 띠웠던 해괴한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의 국부도 그에 비례하여 하락될 것이기 때문에 채권국이면서도 중국도 미국의 필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어떤 평론객의 표현처럼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점점 불행지지만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결혼 관계처럼 되어버린 형국이다. 민주주의의 대명사격인 미국의 대통령이 언론, 출판, 결사와 종교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 가서 인권 부재에 대한 항의 한마디 없이 거의 중국 각본에 따라 움직이다시피 한 것은 성경의 한 구절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부자는 가난한 자를 주관하고 빚진 자는 채주(채권자)의 종이 되느니라”(잠언 22:7).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2025년 아니면 2030년에는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되고 최대 강국이 된다는 예측들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1980년대 말 당대에 유명하다는 장래학자 허만 칸이 2000년에는 일본이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된다고 예언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즐기게 되고 또 개인의 자유와 시민권을 만끽하는 구미 선진국들의 모습에 익숙해지게 될 때의 예기치 않은 사태진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인민들이 공산당 일당 독재와 독재와 병행하는 부정부패에 대한 반기를 들어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상황이 돌발 변수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래를 예언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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