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림 회계사
Y씨가 황급히 전화를 걸어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것은 수년 전 무더운 8월 오후였다. 뉴욕에서 적지 않은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부부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거래하고 있는 시티은행 계좌가 동결되어 발행한 가게 렌트를 비롯한 10여장의 수표가 모두 지불 거절되었음은 물론이고 인출도 안 된다는 얘기였다. 미 연방 국세청이 시티은행에 예금 계좌 동결 명령을 내렸다는 시티은행 직원 말이었다.
사무실에 돌아와 국세청에 전화를 하였더니 담당관은 내일쯤 편지를 받을 것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곤 끊어버렸다. 다음날 도착한 편지를 받아보니 맨하탄 다운타운의 국세청 범죄 수사국(Criminal Investigation Unit)으로 출두하라는 내용 이었다. 담당관이 있는 CIU(Criminal Investigation Unit)에 도착하니 직원들 모두가 허리에 수갑을 차고 있었고 우리 일행에게 커다란 뺏지를 보여주며 왜 은행 계좌 동결 명령을 내렸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두달 반 전에 Y씨가 시티은행에 7만 달러의 현금을 하루에 7~8,000달러씩 2주간에 걸쳐 입금했는데 이 돈에 대해 국세청이 조사를 해야 한다며 20여 페이지나 되는 질문서(Questionnaire)와 과거 10년간 개인과 비즈니스의 모든 세무보고서, 은행 스테이트먼트, 기타 경제활동에 관한 일체의 서류를 질문서 답변과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 질문서의 답변을 완결하는데 며칠이 걸리고 요구한 서류를 찾아 정리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질문 내용 가운데에는 예금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묻는 것도 있었고 예를들면 현금을 은행 창구 직원에게 주었을 때 은행 직원이 무슨 말을 했는가, 또는 은행 직원의 표정은 어떠했는가의 등의 질문도 있었다. 결국 예금한 7만 달러가 재고 정리 과정에서 받은 판매대금이었음이 그동안 발행했던 인보이스(Invoice) 사본에서 확인됨으로 합법적인 거래가 인정되었고 마침내 동결되었던 계좌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무
려 4개월 반만에 계좌 동결이 해제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국세청이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현금 거래법의 일례다.1998년 2월에 강화된 현금 거래법(Cash Transaction Act)에 의하면 1만달러이상을 수령한 은행은 의무적으로 국세청에 보고함은 물론이고 1만달러 이하일 경우에도 아래와 같은 상황시에 의무적으로 예금액수와 이름, 사회보장번호를 양식 8300에 기재하여 보고토록 하게 되어있다. 1만달러 이하이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번 입금되어 그 합계가 1만달러가 넘는 경우, 또한 짧은 기간 안에 입금된 것은 아니나 일년 내에 입금된 액수가 비교적 큰 경우, 그리고 은행에서 볼 때 의심쩍은 부분이 있는 경우이다.
강화된 내용 가운데에는 보고 의무가 은행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금융기관, 일반 업체, 상인 그리고 일반 개인까지도 확대된 것이다. 이 보고 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 적발되면 거래 성격에 따라, 의도적(Intentional)인가에 따라 소정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최근 한 한인은행이 이러한 현금거래에 대한 보고의무를 이행치 않아 400만 달러 벌금을 받게 된 것도 이 법의 시행령이 매우 까다롭고 구체적이기 때문이고 공모(Conspiracy), 방조(Encouragement)같은 간접적인 상황에까지도 보고 의무를 확대하고 있다. 탈세하여 소유하게
된 현금은 사장된 재산임으로 성실한 납세자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불이익으로 되돌아 올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 현금 거래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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