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아직 향기가 가시지 않은 / 은은함이어도 좋고 / 갈색빛 물든 / 쓸쓸한 빛깔이어도 좋을 //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 철들어 깊은 가을을 / 함께 바라볼 수 있는 / 가슴 속에 풍경화 하나 그리고 싶다(좋은 글 중에서).”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다. 고독의 계절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께 바삭바삭 가랑잎 밟으면서 거닐고 싶은 친구가 그리운 계절이다. 그렇잖아도 쓸쓸한 계절, 좋은 친구들과 사귀며 얼마 되지 않는 여생을 재미있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지난 11월 28일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새삼 가을의 슬픔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 나도 80노인이다. 지금은 노인 아파트에서 기거하는 인생 종착역(?)에서 서산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노을 진 하늘에 지나온 세월의 무상함을 그려보는 낙조의 생활을, 얼마나 더 가야할 지 알 수 없는 나날들을 그래도 보람 있고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인들끼리 이웃하며 서로 위로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민 초기 우리 한인사회에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거의 엇비슷한 성질의 단체가 존립하여 서로가 아전인수 격으로 전통과 진골이라고 반목하고 있는 일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그 중 하나가 버지니아 지역 한인 노인회였다.
오랜 기간 동안 북버지니아 한인회와 워싱턴 한인회가 서로 원수 같이 대립해온 것이 사실이다. 매번 어떤 일이 있으면 이쪽에서 저쪽에서 점심 한 끼, 수건 한 장으로 노인들을 갈라 모으면, 이것저것 깊은 내막을 모르는 노인들은 이쪽으로 우르르, 저쪽으로 우르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한인 노인회가 지난 2007년 1월 ‘워싱턴버지니아한인노인연합회’로 힘든 통합을 보았다. 한인사회 모두가 이를 치하하고 축하하며 쌍수로 반기며 박수갈채로 통합한인노인회의 장도를 밝게 보고 내 뜻이 맞지 않으면 쪼개는 분열적 한인사회에 통합의 큼 본을 보였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우태창씨를 회장과 임원들 중심으로 근 1년을 운영해왔는데 지난 11월 28일 ‘사랑회’라는 사실상 새 노인회 창립을 했다는 기사를 읽고 또 다시 워싱턴 지역 노인회가 갈라져 반목을 시도하는구나 생각하고 마음 평안치 않았다.
그 회의 회장이 다름 아닌 노인회 통합당시 전북버지니아 노인회장이었으며 통합한인회 현 부회장인 박숙향씨라고 하니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인회 운영상 어떤 잘못이 있고 혹 어떤 불화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책임은 현 회장인 우태창씨와 부회장인 박숙향씨와 임원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가려 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현 노인회 내부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며 더욱이 총회가 한 달 남지 않았는데 총회를 통해서 임원을 개편하는 방법이 가장 현명한 길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내 생각과 뜻이 다르다고 다시 회를 탈퇴하고 회를 갈라놓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일이 그대로 이뤄진다면 앞으로도 또 분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나는 노인의 한 사람으로 누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다시 어렵게 통합된 노인회를 다시 이분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맑은 아픔이 흐르는 / 잊혀진 시냇물의 이야기여도 좋고 / 지난 추억의 그림자 밟으며 / 함께 낙엽을 주어도 좋을 //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 떨어지는 낙엽위에 / 그리움의 낙서를 할 수 있는(좋은 글 중에서)” 화해와 아름다운 가을이 되기를 기도한다.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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