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각종 모임에서 ‘막소사’까지 뜨고 있다. ‘막소사’는 소주와 사이다를 섞은 순한 폭탄주 중의 하나다.
필자의 체험으로도 막걸리는 건강에 좋고 영양가도 높으면서, 열량이 낮은 곡주이며 탁주다. 요구르트 수백 병에 해당하는 유산균을 함유하여 변비에 좋고, 당뇨병, 암 세포의 성장 억제, 혈압 강하, 간 기능 개선, 신진대사, 피로회복의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국일보는 환경재단의 ‘환경 기후 변화’부문 수상자로 막걸리를 선정하고 22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시상을 발표(11일)했다. 사람이 아닌 고유 발효주가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CNN-TV는 지난 10월23일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입증 방송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식품영양학적인 분석 결과는 발효 생산품인 막걸리(도수 6~9%)는 전통주로서 맥주(4.5%), 소주(25%), 위스키(43%)에 비하면 순한 전통주임이 입증됐다. 영양분석학적으로 막걸리의 단백질 함량은 100밀리 리터당 1.9 그램으로 낮으며 담백하다. 열량도 46 킬로칼로리로 콜라(40킬로칼로리), 맥주(37), 포도주(74), 소주(141), 위스키(250)보다 훨씬 낮은 자연 다이어트 곡주인 것이다. 한국 막걸리 수출량은 2,635톤에 달했으며 금액은 213만 4,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양적으로 24%, 금액은 16.9%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명품 막걸리의 맛은 훌륭하다. 첨단과학 기술을 활용한 막걸리는 흔들고 마시면 풍요롭고 순한 맛에 ‘은근한 멋’을 느낄 수 있다. 그 옛날 텁텁한 맛이나 뒷골이 아프던 후유증도 없어졌다. 풍요로운 깊은 맛에 빠진다. 막걸리를 마시다보면 선비들 대화나 농가의 징소리가 얼씨구 흥겹게 들려오는 듯하다.
본래는 ‘서민의 술’로 알려졌으나 구한말 흥선 대원군이 ‘임금의 술’로 격상시키면서 밀주(密酒)로까지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가 되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농촌 방문 때 밀짚모자에 지역주민들과 파안대소하며 시원하게 마시며 막걸 리가 ‘대통령의 술’로 인식되게끔 하기도 했다.
과학적인 막걸리 생산이 현재 800여 곳 양조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옛날에는 추수기가 끝나면 식량저장이나 조상제사 등의 이유로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집이 없었다. 지역 막걸리 생산 장려로 주류 제조 면허가 아직도 까다로운 현실이다. 하지만 햅쌀 막걸리 주문은 3배가 늘었다고 한다. 또 우리 선조들, 증조할아버지들은 상상도 못한 진풍경도 생겼다. 막걸리 소비량의 주 고객이 20대 여성들이며 청년세대에 인기가 높다. 일본 여성들은 ‘교제’미팅 장소로 막걸리 집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 옛날에는 제사상의 막걸리를 몰래 맛본 며느리가 늦게 오른 취기에 들통이 나 혼쭐이 난 야사도 있다.
막걸리 호황에 걸 맞는 기대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조국이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국빈 영접에서도 막걸리를 올리며 건배주가 되고 있으며 외국인들에게도 와인 대신 ‘한국의 민속주’를 권할 수 있으니 얼마나 뿌듯한가. 외국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그 친구들에게 시시비비가 필요 없지 않은가. 막걸리 인기가 피폐했던 쌀농사를 구제하고 건강마저 유지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지난달부터 KAL 일본 노선에 막걸리의 천연효모와 유산균을 배합해 만든 ‘막걸리 쌀빵’을 제공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류업계에 우려되는 진언은 ‘싸구려 함정’에 빠지기 쉬운 ‘메이든 인 코리아(made in Korea)’ 의 유혹이다. 수많은 명품과 훌륭한 수출품들이 가격 경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던가. 서울 롯테 호텔의 일식집은 사케 값이 최고 150만원인데 한식부의 막걸리 값은 6만원이다.
국제 사회는 영국의 위스키, 일본의 사케, 멕시코의 테낄라, 프랑스의 코냑, 중국의 가오향 등 각 나라의 독특한 국주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막걸리가 한인의 한, 멋, 창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백의민족에게 걸 맞는 이름인 듯하다.
김현길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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