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강문학상 대상을 금년 가을에 받은 주경로 소설 ‘스터디 그룹’은 그 부제가 말해 주듯이 사랑을 통해 풀어낸 한반도통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통일과 사랑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주제이고, 동서고금의 많은 전쟁과 사랑에 관한 작품들이 가혹한 전쟁 중에 피어나 전개되는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 그리고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통념이 앞서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는 데에 이 소설의 특색이 있다.
한반도 통일의 문제를 지금까지 지난 60년 이상 추구해 왔던 정치나 이념이나 질서로 풀어 가는 것 보다는 인간관계의 최대가치인 ‘사랑’으로 접근하여 풀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토리로 전개해 가면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정치소설과 다른 흥미를 가중시킨다. 아마 주미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한 대한민국 군인생활과 현재 버지니아주 해리슨버그장로교회를 섬기는 목회생활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통일과 사랑을 연계시키었는지 모를 일이다.
한반도통일에 관련된 국제정치나 이념이나 역사 등 제반 문제는 제임스메디슨 대학 내 정치학과에 개강된 남북통일을 주제한 세미나에서 벨리 힐 교수가 행하는 강의와 학생들로 짜인 스터디 그룹의 토의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진다.
세미나의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는 사람들, 즉 중국학생이라 가장하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북한고위관료의 자녀인 메이, 그녀를 감시하기 위하여 따라 다니는 서영, 미주한인 2세인 남학생 다디엘, 그리고 주미대사관으로부터 메이를 정탐하라고 부탁을 맡은 청강생 경국 등이 한 학기동안에 엮어 가고 있는 인간관계를 한반도 통일문제의 배경으로 이야기하면서 통일로 가는 방향을 암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접촉으로부터 시작한다. 경국과 메이와의 만남, 경국과 서영과의 만남, 다니엘과 메이의 만남은 한국과 북한의 관계, 한국의 보수 세력과 진보세력의 관계,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인간적인 접촉의 관계에서 시도한 것이다.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대로 대화하는 것이 통일을 여는 출발점인 아닌가 소설은 암시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삶의 관계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경국과 서영, 그리고 메이와 다니엘은 강의와 스터디 그룹 토의에 함께 참여하면서 한국민족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라면, 잡채등 한국음식을 같이 먹고 한국 비디오와 영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그들의 관계는 가까워진다.
벨리 힐 교수가 마지막 강의에서 상대성이론을 원용한 통일공식을 설명하면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역학관계로 인하여 한반도의 통일은 답보적인 대치상태로 얼마정도 지속될 것임을 역설하였다.
그러나 하나의 희망이 있는 것은 IT산업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이 문화적인 관계를 북한과 진전시킨다고 하면 통일이 예기치 않게 빨리 올 수 있다고 결론을 지었다. 마치 독일통일에 서독의 통신망 개방이 크게 기여한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듯이.
주경로 작가가 스터디 그룹 구성원들의 문화적 삶의 관계를 설정한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꾸려가기 위한 플롯이 아니고 한반도 통일로 가는 문화의 길을 디자인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일 것이다.
소설의 극치는 경국과 서영, 그리고 메이와 다니엘이 서로 사랑의 관계로 몰입하는 것이다. 사랑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나 자기와 연관된 잘못을 인식하고 용서를 구하는 데에서 그 가치를 십분 발휘한다.
주경로 소설 ‘스터디 그룹’은 미주한인으로서 한반도통일문제를 정치, 이념, 제도 등의 측면에서가 아니고 기독교적인 사랑의 측면에서 솔직하고 자상하고 깨끗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특징이 있어 일독을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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