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른트너 누델 보니 세계요리도 거기서 거기”
파티 다음날 우리는 바론과 바로네스 페레라 아른스타인의 성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런치를 위해 모였던 유르건과 잉그리드의 집을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나왔습니다. 사흘동안 계속 만나 시간을 보내며 친분이 생겼으니 존대 말을 빼고 서로 “du” (너) 라고 말을 놓자고 하였습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에서는 누구를 만나면 한동안 “sie” (당신)이라고 부르고 “Herr” 혹은 “Frau 누구누구” 라고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친분이 생긴 후에 윗사람이 말을 놓자고 하면 그 때 달라지지요. 그 때는 이름을 불러도 됩니다. 물론 북 독일 보다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사람들이 훨씬 부드러워 집니다. 그래도 입장이 애매할 때가 많아 그런 때 저는 그냥 그런 것을 분별할 필요가 없는 영어로 하지요. 동네 이름인 로턴투른을 따서 성의 이름도 슐로스 로턴투른 (Schloss Rothenthurn) 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성을 샤또라고 부르고 독일 말로는 슐로스라고 합니다. 성들이 왜 모두 산꼭대기 혹은 높은 지역에 있는 줄 아셔요? 옛날에 그 높은 지역에 있어야 쳐들어오는 사람들을 멀리서 벌써 알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연못을 앞에 두고 있는 로턴투른 성은 아주 아담해 보였습니다. 옛날 옛적에 읽은 여러 동화 속의 성을 생각 했습니다. 성을 여럿 보았지만 이렇게 직접 그런 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알기는 처음 이었습니다. 바론 페레이라 아렌스타인이 이성을 물려받았을 때는 비어 있었던 것이라 아주 낡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자기네가 개조해서 살기 시작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 쪼끄만 우리 집 수리 하는데도 돈이 많이 들었는데 야,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하고 혼자 생
각 했습니다. 앞으로 지하를 수리하여 스파를 만드는 일이 남았다고 하였습니다.그 성에는 적은 성당까지 있었습니다.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좀 낡아 바랜 그대로 였습니다. 옛날의 유럽은 가톨릭이 우세하였기 때문에 성안에 성당이 있는 것이 보통 이지요. 자기네가 살고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도 부엌이 딸린 아파트처럼 개조한 것을 여럿 만들어서 호텔처럼 빌려 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깔끔하고 아담하게 개조한 아파트를 모두 돌아보았습니다. 방 마다 있는 침대는 다 그 성안에 있었던 것인데 옛날 사람들은 현대인들 보다 작아서 침대도 다 작았기 때문에 그 길이를 모두 요즈음의 보통 싸이즈로 고쳤다고 하였습니다. 그 옛날 성주와 여러 사람들이 어떤 복장으로 걸어 다녔을까 영화의 장면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두터운 돌 벽의 창을 통해 마을과 들판이 아주 멀리 내려다 보였습니다. 그렇게 높이 올라온 것 같지도 않았는데......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까마득했습니다.유럽에는 이렇게 개조해서 호텔처럼 된 성도 있고 또 결혼식과 피로연등을 할 수 있도록 개조한 곳도 있습니다. 그 큰 성을 개인이 살기만 하기에는 비용이 엄청나니까요.
조그마한 집도 가끔 수리 하며 살아야 하고 겨울이면 온방 장치에 드는 돈이 많은데...... 보나마나 액수가 상당하겠지요.우리는 로턴투른 마을에 있는 수수 하지만 요리를 잘 한다는 레스토랑을 함께 갔습니다. 온 마을이 아주 조용하였습니다. 딸이 보았으면 죽은 마을이라고 할 것이 분명 했습니다.
레스토랑은 평범했지만 두 볼이 발그레한 순박한 주인 여자가 들고 들어온 흰 아스파라가스 스프는 거품을 일게한 크림을 넣어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저와 바로네스는 콘소메에 채친 밀전병 넣은 것이 또 먹고 싶어 시켰습니다. 이틀전 유르건의 파티에서 먹은 것과 같은 맛이었습니다. 집에 가면 꼭 한 번 만들어 보아야 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치즈와 야채를 넣고 만든 커다란 만두 같은 것 (kaerntner nudel)이 이 곳 특유의 요리 라고 하여 그것을 먹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을 보면 정말 세계의 어디를 가나 비슷한 음식을 여기저기서 찾아 볼 수 있는 셈이지요.
남편은 훈제된 햄과 찐 감자 그리고 흰 아스파라가스를 시켰습니다.
너무 기대를 해서 인지 두 덩어리가 나온 그 커다란 만두, 캐른트너 누델은 뭐 그저 그렇더군요. 무엇이던지 먹을 수 있는 남편에게 반을 밀고 자기 것을 나누어 먹자고 하였습니다. 푸로시우토와 비교 할만한 짭짤한 햄은 차거운 그대로 서브 합니다. 버터와 범벅이 된 부드럽고 순한 흰 아스파라가스와 감자를 따끈 할 때 곁들여 먹는 맛이 그만 이지요.
이렇게 담백한 맛이 외국에 나와 보지 않은 한국 입맛에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초록색 아스파라가스는 약간의 풀 향기가 있는 반면에 땅 속에서 자라는 흰 아스파라가스는 맛이 순하고 껍질이 무척 두껍습니다.
2000년에 이를 무렵부터는 뉴욕의 고급 그로서리에도 나타나기 시작 하였습니다. 순만 제외 하고는 몽땅 감자 깍는 도구로 껍질을 벗기고 아주 푸욱 무를 때 까지 쪄야 합니다. 보통은 거기다가 버터만 섞어 서브 하는데 생 레몬 쥬스를 조그만 뿌려 보셔요. 레몬의 향이 맛을 한층 더해 줍니다.
낮에는 따듯한 오월 이지만 산 동네의 밤 기온은 약간 선선 했습니다. 따듯한 날씨와 해가 많은 이태리에 살다가 추운 날이 많은 그 오스트리아 산 동네에 사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동화 속의 성에서 왕자님 같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사는 그 여자는 작열 하는 태양을 그렇게나 그리워하며 살고 있으니 참, 이세상에는 모든 게 다 좋은 사람은 없는 모양이지요? 우리는 그들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래 동네로 내려 왔습니다.
요리강습을 통하여 알게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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