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면 문 앞에 놓여있는 한국일보를 집어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열심히 써 보낸 원고들이 어떻게 편집이 되어 나왔을까. 한 주 내내 동분서주 했던 일들이 한 글자 한 글자로 신문 전면을 메꾸어 낸 <웨체스터판>을 펼쳐들면서 또 마음을 조린다. 혹시 미처 생각 못한 실수가 있을까. 그리고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좀 더 알찬 웨체스터 판이 될 수 없을까.이렇게 한 주일씩 채워나간 웨체스터 판이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웨체스터 판이 생기면서 한
국일보를 구독하기 시작한 어느 독자는, 잘 알고 지내던 분이 상을 탔다는 소식을 지면을 통해 알고는 전화를 해 축하해줄 수 있었다면서 생생한 소식을 접해서 좋았다고 했다. 웨체스터 판에 실린 기사를 보고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던 서예를 배우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작은 일이나마 남을 돕는 일에 함께 하겠다는 전화들도 받았다.
처음에는 “우리는 한인 사회와는 관계없이 살아요.” 하던 웨체스터 한인들이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문을 열며 서서히 마음을 여는 것을 본다. 지역적인 조건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으로 해서 한인사회와는 멀리 떨어져 사는 것 같았으나, 결국은 한국비디오를 빌려다 보며 한국 장을 보러 다닐 수밖에 없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은 어디에 살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멀리 한국의 소식은 인터넷으로 케이블 방송으로 샅샅이 다 알 수 있다고 해도, 미국 내의 한
인들 뿐 아니라 강 건너 살고 있는 한인들, 심지어는 같은 웨체스터 사람들의 소식도 잘 모르며 지낸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점점 더 늘어나는 웨체스터의 한인 인구를 서로가 인식은 하지만, 그럴수록 올드 타이머(Old Timer)와 뉴 커머(New Comer) 사이의 갭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아직 직접 피부에 와 닷지는 않는다.그러나 가늘게 생기고 있는 금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한국일보가 웨체스터로 눈을 돌린 것은 시대적 요구를 한 발 먼저 감지한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는 우리 웨체스터에 사는 한인들이 투표장이 없어 아예 한인 회장 선거 자체를 외면해버리거나, ‘인구 센서스 참여’라는 거센 물결이 브롱스까지 와서 모래 속으로 잦아들듯이 멈춰버리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 웨체스터 노인들이 이발도 하고 장보러 갈 차편이 없어 오히려 플러싱, 뉴저지 지역에서 건너와서 모셔갔다가 다시 모셔오는 일도 강 건너 불 보듯이 하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마치 30 여년 전 워터게이트 사건 때 두 기자를 도왔던 ‘낮은 목소리(Deep Throat)’처럼,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면서, 수준 높은 한인 커뮤니티를 갈망하는 제언들을 듣는다. 한구석에 실렸던 기사내용에 대한 반응과 질문, 제언을 받을 때마다 우리에게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결국 독자와 신문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올 한해, 우리 웨체스터 구석구석으로 촉각을 세우고 보다 더 분주하게 돌아다닐 것이 예상된다. 월요일이면 웨체스터 판을 자신 있게 펼쳐보면서 안도의 숨을 쉬며 보람도 느끼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노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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