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지난해는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한반도에는 시꺼먼 먹구름이 뒤덮여 폭풍전야를 방불케 했고, 민족 간에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돼서 삿대질을 해왔으니 정말 부끄럽고 면목 없는 한해를 보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게 된다. 물론 우리 민족이라면 민족의 염원도 성취되길 기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게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속상했던 일, 미워했던 일, 모든 해묵은 감정을 몽땅 잊어버리고 새해 아침 떡국상에서 화해와 용서를 하며 서로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적 미덕이 있지 않는가. 얼마나 자랑스런 전통이 아니고 무엇인가. 자자손손 대를 이어온 하나의 핏줄,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의 고유한 전통을 받들어 새해부터는 따스한 손길을 서로 내밀어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는 정반대로 영토와 민족이 잘린 것도 억울하고 서러운데, 동족 간에 반목과 대결로 한해를 지새웠으니 이 어이 원통하고 통곡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말이다.
개개인이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말은 우리 민족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은 민족의 행복 없이는 사상누각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게다. 민족이 서로 등지고 반목하는 한 개인의 행복은 절대로 보장되지 않음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화해를 해야 하고 하나가 돼야 함은 숙명이자 운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오순도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당사자는 미국도, 일본도 아니다. 바로 지척인 북녘 형제자매들이다. 그런데 그들을 핏줄을 나눈 형제나 동족으로 보지 않고 타국인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설령 타국이라 해도 대화를 단절하고 적개심을 불태우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혹자는 갈라서 사는 게 편하다고 하는가 하면, 심지어 분단을 합리화하는 경우도 보인다. 분단은 민족의 온갖 불행과 고통을 안긴 원흉이기에 분단을 머리에 이고는 절대로 평화나 행복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경제가 바닥을 치자 못살겠다는 아우성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작금에 와서 생계를 걱정하던 일가족이 연일 자살하는 광경을 목격하지 않는가. 경제를 살리고 민족을 살리는 유일한 출구가 우리에겐 없는 것이 아니라 버젓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온 민족의 열화 같은 지지성원 속에 만들어진 역사적 ‘6.15와 10.4 선언’이다. 이것은 유엔이 2번이나 만장일치로 지지했고 국제기구들이 인정했던 민족의 이정표다. 이제는 이것을 그저 고수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뱃길이 놓였고, 철마가 달리고, 하늘이 뚫리지 않았는가. 이미 우리는 평화번영의 시대에 진입했던 경험이 있고, 또한 이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지 않았는가.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에 결정적 공헌을 한 재미동포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헛되지 않아 드디어 북미 양자대화가 시작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는 가운데 대망의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미국에는 ‘핵 없는 세계’로 세계 평화를 부르짖으며 등장한 오바마가, 일본에는 미국의 애견이라 불리던 아소가 몰락하고 ‘우애정치’를 주장하며 민족의 자주와 존엄을 되찾겠다는 하도야마가, G2로 성장한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를 부셔버리고 북중 우호를 다짐하고 나서자 우리 주변에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나, 곧 이어서 원 중국 총리의 방북을 통해서 충분히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청사진이 예견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정부는 눈과 귀를 꽉 닫고 시대에 발맞추기를 기어코 거부하고 있다. 북쪽의 과감한 대화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다 끝내 남북 정상회담 기회마저도 놓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쓰럽기 짝이 없다.
2010년, 새해에는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고 반갑게 양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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