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기 궁중 의상에서부터 존 트라볼타가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입은 양복에까지, 마귀와 천사, 귀여운 곰 인형과 으스스한 해골, 그리고 드라큘라에서 산타 클로즈까지, 온갖 모양과 색깔의 구두와 모자 그리고 가발과 가면...... 유규련씨가 운영하고 있는「비욘드 커스튬(Beyond Costumes)」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 없다.
용커스 네퍼핸(Nepperhan) 애비뉴에 늘어선 낡은 공장건물 중 한 건물의 2층 전부를 차지하고, 분장 의상을 판매 및 대여하는「비욘드 커스튬」을 가게라고 부르기엔 너무 광활하다. 2만 2,000 스퀘어 피트 공간 중에 할로윈이나 스페셜 파티용 분장도구를 파는 작은 리테일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여를 해주는 수천수만 개의 의상과 도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고객층은 생일파티나 할로윈에 입을 의상을 찾는 개인 뿐 아니라 각 학교 드라마 클럽, 특별한 모금행사 또는 기업 행사를 주관하는 업체, 전문적인 연극 또는 오페라관계자 그리고 직업적인 분장사, 의상 디자이너 등 다양하다.
유펜의 와튼(Wharton) 비즈니스 스쿨의 MBA를 한, 회계사 유 씨가 이런 독특한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우연이며 또한 필연이기도 하다. 두 아이를 키우며 맨하탄의 대규모 부동산 회사 등 대규모 회사의 회계사로 일하던 그가 우연히 친구를 따라 의상대여 가게엘 가게 되었고, 첫 눈에 그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결국은 40대 중반의 나이로 생소한 비즈니스를 즉흥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유규련씨가 뒤 늦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천직을 찾은 듯 이 일에 몰두하며 행복하다는 점이다.현재 건물 바로 옆에 있던 6,000스퀘어 피트의 <웨체스터 커스튬>이란 가게를 산 것은 2000년
도. 그 후 10년간을 유규련 씨는 명실공히 의상 대여라는 컨셉을 넘어 실질적인 성장을 이룩해냈다. 현재의 장소로 옮기면서 남아도는 넓은 공간에 아티스트 스튜디오, 촬영장, 이벤트 홀 등을 마련했고, 클레오파트라, 엘비스 프레슬리, 나폴레옹 등 각 유명 인물에서부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든가 미녀와 야수 등 수 많은 배역을 감당할 만 한 분장물의 수도 수만 개에 이른
다.
그가 하는 일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물건을 내주는 것만이 아니라 손님과 함께 특별한 장면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즉 각종 이벤트와 연극이나 오페라 등 각각 복잡한 상황에 알맞도록 가장 효과적인 의상을 찾아내는 일이다. 드마마라든가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유규련 씨의 숨겨졌던 탈랜트가 직관과 통찰력으로 발휘될 때 고객이 만족하며 그것이 또한 유씨의 만족이 되는 것이다. 유씨의 아이디어와 배려로 운영되는「비욘드 커스튬」은 바로 유규련 씨의 타고난 호기심과 따듯한 마음이 연출하는 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분장의상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연극이나 행사 자체 뿐 아니라 그 일에 연결된 현실 속 인생드라마 속에서 유씨는 돈을 버는 일보다는 남들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데에 더욱 열정을 보인다. 실제로 비즈니스와 연결된 일로 남을 도와준 에피소드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처럼 야단을 많이 맞고 자란 사람은...”이란 말을 자주하는 유 씨는 한국의 상류 부유층이라 할 수 있는 가정에서 자랐으며, 1970년대 초 경기여중 1년을 다니다 가족과 함께 웨체스터로 이주하여 아즐리 하이스쿨을 다녔다. 대학 졸업 후 회계사가 된 후 비즈니스 스쿨을 다녔던 그는 오랜 독신생활 후 결혼하여 다시 웨체스터로 돌아와 두 딸과 함께 현재 하츠데일에서 살고 있는 웨체스터 올드 타이머이다. 이혼한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낸다는 유 씨의 대학생 두 딸 모두가 창작과 드라마에 관심을 갖고 있음은, 사회적 잣대 보다는 자신에게 충실한 삶 만이 진정한 행복임을 터득한 엄마의 영향이 큰듯하다.
한인사회에는 낯설기만 한 비즈니스이지만 비욘드 커스튬은 이미 뉴욕타임스를 위시해 웨체스터 내 여러 신문에 취재가 된 바 있으며, 특별한 광고 없이도 고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선전이 되어 뉴욕 북쪽 지역, 커네티컷 그리고 맨해튼에서부터 오는 고객의 숫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맨하탄에서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이 찾아올 때마다 비즈니스의 미래가 보인다는 유규련씨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추진력을 미루어 볼 때 앞으로 그가 이 넓은 장소에서 끝없이
펼쳐나갈 일들이 상상이 된다. <노려 기자>
22,000스퀘어 피트의 <비욘드 커스튬> 매장의 유규련씨. 옷 수선만 전문하는 직원 및 4명의 직원을 둔 유규련씨가 하는 일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연극 뿐 아니라 실제로 인간 드라마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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