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한시입니다. 한국이 너무나 그립고 부모님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던 그 장소들도 가보고 싶고, 길거리 포장마차에 앉아서 떡볶이를 사먹고 소주를 한잔 마셔보고도 싶었고, 학창시절 추억이 가득한 학교도 가고 싶었고 그래서 고민을 하다 3년 만에 3주의 긴 휴가를 받아서 그냥 비행기 표를 사서 가방에 옷을 구겨 넣고 아들하고 한국에 나왔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돌아갈 날이 다 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자정이 지났고 부모님과 아들은 벌써 잠이 들었습니다. 부모님한테 마지막으로 “안녕히 주무세요.” 란 말도 못했습니다. 사실 못 한 건지 눈물이 나올까 봐 일부러 친구와 통화를 핑계로 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학생하고 결혼을 했다면 이런 식의 이별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그저 철이 없던 시절 결혼해서 나의 편이 생기고 부모님한테 독립을 한다는 그 마음에 어쩌면 평생을 미국 땅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질 못했습니다.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올 때 절 보내시면서 말로는 시원하다 하시면서 뒤 돌아서서 펑펑 우시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그저 여행가는 기분으로 미국에 왔었습니다.
미국에서 살아온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왔다 가고, 제가 한국에 갔다 오고 하면서 수많은 짧은 이별을 해왔는데도 이번에도 예전처럼 감정조절이 안되고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교수님을 필라델피아 그레이하운드 터미날에 배웅할 때에도 사촌동생이 왔다 갈 때도, 아들을 한국에 맡기고 다시 미국에 돌아올 때도, 한 번도 웃으면서 바이바이란 말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3년 만에 한국에 와서 너무나 변한 서울, 내 고향, 내 학교 모습에 어리둥절하면서 한 주일을 보내고, 미국에 미처 처리를 못하고 온 일들 걱정에 한 주일을 보내고는 다시 돌아간다고 친구들, 친지들과 망년회 겸 송년회를 하면서 한주일, 이렇게 3주일을 보냈습니다. 내일 미국으로, 입국장에서 “welcome home” 이란 말을 하는 그곳으로 돌아가기 18시간 전인 지금 저는 3주 동안 부모님한테 잘 못한 일들만 생각이 납니다.
날씨가 추운데 밖에 나가서 뛰지 못하게 한다고 뉴요커 식 조깅문화를 이해 못한다고 짜증을 내고, 손자공부를 안 시킨다는 말씀에 나만의 교육철학이 있다고 화를 낸 일들.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왜 그랬는지 그저 너무나 죄송할 따름입니다. 항상 20대일 것만 같던 전 30대가 되고, 항상 젊은 엄마, 젊은 아빠였던 부모님은 이제 60이 넘으셨습니다. 강산이 한번 바뀌는 시간 이상이 지나갔는데도 언제쯤 저는 이런 이별에 익숙해져서 웃으면서 이별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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