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종종거리는 일상에 대해 의문이 일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분명히 이 삶에 어떤 목적이 있을 것 아닌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세상에 똑 떨어졌을 때 각자에게 주어졌던 임무가 있었을 터인데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을 찾고자 주위를 두리 번 거렸다.
자신의 임무를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는 것 같았다. 반면에 세상에 노해 입에 거품을 뿌걱뿌걱 물고 살아가는 사람들. 뭔가에 늘 배가 아파 속이 편치 않은 사람들. 그런 일상에 묻혀 우린 길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특히 전쟁의 소용돌이로 몸살을 앓고 있던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그 퍼센트는 더더욱 낮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전쟁의 소용돌이 세대는 아니지만 전쟁의 후유증 세대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개인의 열정을 사치품 정도로 취급해 버려도 걱정의 목소리로 떠들어 댈 전문가는 없었으니까.
‘무엇을 하고 싶은가 보다는,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에 골몰하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의 상황 역시 ‘무엇을 하고 싶은가’는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오직 후자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에 매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생에서 각 개인에게 주어진 임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나도 꿈이 생겼다. 바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그래도 좌절하기 싫다. 그래서 아주 오래 살기로 맘을 먹었다. 지금까지는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했지만,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백이십 살까지 살기로 맘을 먹었다. 여든까지는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여든부터는 오직 하고 싶은 일에 혼혈을 불태우고 싶다.
나이 팔십을 지나 구십 줄에 들어서면 황혼을 넘어선 자리가 아닐까. 세상의 유혹도 빙긋이 웃으며 지나칠 수 있는 시간일 테니까. 그즈음에 글을 쓰면 글이 잘 익은 석류처럼 톡톡 터져 나올 것 같다.
중국의 석학 지센린이 말했다. “우리는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성장하며,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요절하기도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수하는 사람도 있다.” 비록 목표를 황혼 너머에 두고 있지만, 나도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훌쩍 몸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수의 운이 나를 찾아와 주길 마냥 기다리고 싶지 않다. 그 운을 초대하기로 작심을 굳혔다. 장수의 운을 초대하기 위해 난 오늘도 노력 중에 있다. 자유롭게 활자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해 아침마다 블루베리를 갈아먹고 꺼끌꺼끌한 당근도 우적우적 씹어 먹는 걸 마다않는다. 알통이 울룩불룩한 사람들 사이에서 쇳덩이를 들어 올리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주위 친구들 다 가고 없어서 혼자 심심해서 못 살 것이라는 친구의 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생에서 나에게 주어진 연장선의 끝점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세운 생의 끝점은 아직도 멀기에, 오늘도 그 먼 여정을 위해 이삼십 대에 세월 앞에서 짱짱하게 버티던 그 힘으로 매일 매일이 신년 벽두이듯 마음을 다잡고 나의 길을 바라본다.
한 지점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지고 있을지라도 또 다른 지점에서는 희망을 품고 떠오르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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