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4년 전에 영남향우회장을 지냈다. 2대와 3대 회장이었다. 35년이란 긴 역사를 가진 영남향우회는 그동안 큰 탈 없이 모범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 얼마 전 안타깝게도 두 쪽이 났다. 회장 추천위원회에서 선출한 신임 회장의 출신지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기네끼리 따로 하나 만들어 나간 것이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있었겠지만 이는 35년 전통의 향우회를 깨고 나간 것이다.
물론 미국은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다. 영남향우회도 반드시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다. 하지만 새로 향우회를 구성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35대 영남 향우회’란 명칭은 곤란하다. 별도의 신설 영남향우회가 돼야 하고 ‘35대’란 전통의 명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두 향우회가 통합을 한다고 한다. 갈라진 향우회가 하나로 합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들려오는 통합 선언의 뒷이야기들이 심상찮다. 통합의 과정도 정당성을 잃고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다.
먼저 양 회장들끼리 만나 통합에 합의했다는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회칙에도 없는 소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사람들이 만든 신 영남향우회가 정중하게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 다음에 35대 향우회 임원, 이사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회원들의 동의 없는 회장 단독의 통합은 그 정당성도 문제지만 나중에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런 연후에 통합될 향우회의 회장 선출과 임원이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회장들끼리 마음대로 통합호의 회장, 이사장을 나눠먹는 통합 방식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두 번째는 35년 전통의 향우회 회장이 통합호의 이사장을 맡는 것도 상식에 위배된다. 갈라서 나간, 1년 조금 넘은 향우회의 회장이란 사람이 통합 회장이 되고 정통 향우회장은 그 밑에서 이사장을 한다고 한다. 무슨 말 못할 곡절이 있음에 틀림없다. 이는 또 하나의 분열을 예고하면서 영남 향우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는 것이다.
얼마 전 김병국이란 새 영남향우회장이 광고에 내 이름을 거명하며 자격이 없는 사람을 회장에 추천했다고 인신공격을 한 적이 있다. 추천위원회에서 김경학 부회장을 회장으로 추천했다는 공격이다. 여기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추천된 김경학씨가 영남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깔고 있다.
나는 지금도 직장을 다니는 터라 하찮은 일에 개입할 시간 여유가 없다. 그러나 궁금하면 당시 사진과 함께 게재된 신문 기사를 다시 보기 바란다고 충고 해주고 싶다. “워싱턴 영남향우회 성수동 회장추천위원회 의장이 17일 김경학 회장 당선자가 제출한 제적등본을 기자들에게 들어 보이고 있다.”
그러면 그들은 주장한다. “제적등본이 가짜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웃지못할 희극이다. 나는 미 시민권자다. 한국의 지방 정부에서 발행한 개인 신상 서류를 조회할 아무 권한이 없다. 더군다나 김경학 씨는 그동안 향우회에서 임원과 부회장을 지낸 사람이다. 새로 향우회를 만든 사람들도 함께 일했기에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향우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김씨가 낸 서류를 믿어야 한다.
향우회는 상부상조하는 친목단체다. 자기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며 이전투구 하는 단체가 되어선 안 된다. 현재 35년 전통의 향우회에는 창립 당시 회원들과 회장을 지낸 많은 분들이 봉사하고 있다. 원로들이 우려하는 것은 툭하면 작은 이유를 들어 모임을 분열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향우회원들끼리 상부상조하며 진정한 통합을 하는 것인지 모두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