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까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애교로 통했고, 적어도 대학생 2명 이상이 통일에 대한 얘기라도 할라치면 그대로 빨갱이취급을 당하다 못해 인신구속까지 서슴지 않았던 희한한 시대가 있었음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한다.
자료도 충분치 못한 시절에 졸업논문으로 통일문제를 주제로 6개월을 준비했던 기억이 벌써 30년이 흘렀고, 그걸로 대학생 논문대회에서 발표도 하고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으나, 그 당시 제시한 통일에 대한 예상시기가 두 번이나 지났음에도 요원하게만 보이는 게 민족의 통일문제인 듯하다. 부실했을 일개 대학생 논문을 어느 누가 주목이나 했겠나마는 30년이 지나도록 이 모양 이 꼴이니 누가 누굴 탓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왜 통일이 안 되고 있는가에 대한 진부하기까지 한 소재를 지금에 와서 다시 들춘다기 보다는 적어도 일국의 지도자라는 분들은 그것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고, 보다 큰 안목으로 지속적이고 기술적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민족지도자의 시대적 사명이 아닐까?
아참, 별 성과도 없을 듯하고, 국민 일반도 무관심이지만 오히려 노골적으로 원치 않는 분들도 많아졌으니 당연히 영양가가 없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집안 살림도 시끌거리는데 뭣 때문에 그런 데까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는지 모른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이 쉽지 않는 건 당연지사겠지만, 일의 선후나 순리로 봤을 때 이번 참에 아예 ‘청와대를 옮기겠다’고 국민께 포고한다면 어떤 현상이 시뮬레이션 될 수 있을까.
선거 과정에서 대북 퍼주기 논쟁으로 굶주려 죽어가는 어린애들마저 김정일과 동일시하게 만들어서 재미를 보았다 치더라도, 초기 내각을 구성하면서 부총리급 통일부 장관을 통째로 없애버리겠다는 발상하며, 허울 좋은 패키지만 내걸고 대화 주체이기를 주저내지는 포기한 듯한 인상마저 풍기고 있는 즈음에 어찌어찌해서 북한 내부적 문제였든 북한체제가 붕괴되었을 경우에 대비한 그 어떤 조치나 대비도 찾아보기 힘들다.
돌아가신 분의 생각이야 지금에 와서 헤아릴 순 없지만 지금 생각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를 옮겨갈 생각이 얼마나 꿀떡 같았을까 상상해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답이 아니다. 실제로 그런 시도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왜 그런 획기적 시도를 못했을까는 각자 상상하는 게 빠를 것이다. 서로가 좋았을 땐 이마를 맞대면 따뜻함이 오가지만 스모 선수마냥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눈도 제대로 볼 수 없는, 그래서 약간의 지리적 거리가 긴장을 누그리고 여유와 관조를 갖고 서로가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단일 민족과 역사 이외에 서로 통합하고자 하는 가시적 노력과 성과가 체제통합에 얼마나 유리해지고, 미국은 그럴 이유도 없겠으나 거대해지고 있는 중국의 입김을 어디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어느 것도 보이질 않는다.
적어도 미래 통일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정부부처 이전이 불가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질 뿐더러 순서가 뒤바뀐 게 아닐까? 민족통일을 사장시킨지가 오래된 이 정부가 엉뚱하게 세종시 문제에는 국가백년대계와 미래 통일한국을 끌어들이니 한참이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들겠는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