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늦은 오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나에게 탁구협회 회장을 맡아 달라는 주문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없다고 하다가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이곳 워싱턴으로 왔을 때 YMCA의 정준영 총무님을 만나 교회 친선 탁구 대회와 인연을 맺은 것이 생각났다.
몇 번의 탁구대회를 치른 후 정 총무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체육위원장을 맡게 됐었다.
정준영 총무님은 법대 출신의 통계학 박사이나 모두들 그분을 YMCA의 총무로만 기억하고 있다. 지체 부자유의 두 아들의 영향으로 좋은 직장을 뒤로하고 청소년들의 마약퇴치, 한글학교, 청소년 합창단 그리고 여러 가지의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워싱턴 청소년 사업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신 분이다. 또한, 그 분은 한인 청소년들에게 “미국 주류 사회와 세계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시고 헌신하신 분이시다
1985년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친선 탁구대회를 이어 받아 그분이 하셨던 일의 일부이지만 나도 해야겠다는, 그래서 그분의 일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회장직을 수락했다.
지난 2월 한중 탁구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러시아, 미국, 몽고, 요르단, 그리고 홍콩등 다수의 국가 탁구 애호가들의 관심 표명으로 제1회 정준영배 탁구대회를 국제 대회로 5월 22일 열게 되었다.
평소 정 총무님의 유지와도 상통하며 이 대회를 통해 정 총무님의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할 수 있으며 정 총무님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 총무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한번만 들어도 다 기억하셨기에 ‘귀신’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그분의 이름을 기억할 때이다.
명실공히, 워싱턴 한인이 미국 주류사회의 리더가 되어 개최하는 이 국제 탁구대회가 우리의 자긍심과 글로벌리즘을 확대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을 믿는다.
이 대회를 위해 주미 한국 대사관과 한인회 및 한인 단체가 협찬하고 대한 항공에서 상품으로 한국 왕복권을 기증하여 대회의 열기를 가하여 주었다.
마치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가 두 나라의 문을 열었듯이, 이번 탁구 대회를 통해서 먼저 우리가 하나 되고 나아가서는 다른 민족까지도 하나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열어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적 교류의 물꼬를 틀수 있기를 기대한다.
탁구는 시간이나 경비가 많이 들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며 기본을 익히는데 그렇게 힘든 운동이 아니다. 불경기에도 탁구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이기에, 요즘 각 교회에서는 탁구의 붐이 일어나서 교인들 간의 건강과 친교의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탁구를 통하여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건강해져 정준영 총무님의 꿈이었던 “건강한 미래”와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민 1세뿐이 아니라 2세들도 나와 서로를 격려하며 다른 이들의 경기에 박수를 보내어 “탁구로 하나 되기”를 보여주는 계기를 마련하자.
이 대회를 개최하는 데는 아직도 많은 후원과 경기 운영을 위한 자원 봉사자가 필요하다. 이 대회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은 정 총무님의 미망인이신 정복희님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그 동안 탁구 대회를 위해 물심양면 도와 주셨던 많은 분들과 장소를 제공해주신 서울 장로교회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전종준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