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더 이상 소모품이 돼선 안 된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기고 말았다.
46명 장병들을 잃은 것도 비통한데 우리 해군 특수전여단(UDT)의 영웅 “한주호(53) 준위”도 실종자 수색 중에 허무하게 숨지고 말았다.
돈으로도 감히 살 수없는 우리 해군의 핵심 전투 자산을 그처럼 어이없게 잃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세계 최강의 미군 수색요원들도 감히 뛰어 들지 못하던 백령도 해상, 입수금지 해저 유속의 5배가 넘는 5.33노트의 물살, 시계는 제로, 생명까지 위협하는 수심 45미터에 산소 호흡기도 얼어붙는다는 3.5도의 얼음 같은 수온 등 군 지휘부가 이미 백령도 해상의 위험성을 명백히 알면서도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우리 해군의 핵심 특수전 전력을 무리하게 운용했다는 점에서 이것은 예견된, 치명적인 인재(人災)다.
무엇보다 대형사고 발생 때마다 현장의 자연조건이나 구조여건, 구조 전문가들의 애로 사항은 무시한 채 수색지연을 질타하며 무작정 구조만을 독촉해온 우리 사회의 조급성, 우리 정부의 자작극과 의도적 구조 지연설 등 황당한 음모론을 퍼트리며 우리 사회의 분열을 야기하는 일부 세력, 박봉속의 군인들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내놓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당연하고 나만 편하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안보 불감증의 국민들, 나아가 그런 어리석은 여론에 휘둘리고 눈치 보며 자리 보전에만 급급하여 천금 같은 부하들을 지키지 못한 군 지휘부등 그 모두가 함께 그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오죽하면 한때 술자리에서 노동자, 농민조합 간부의 목숨은 금값이고 군인들의 목숨은 개 값이란 우스갯 소리까지 나왔겠는가.
돌이켜보면 수십 년 지속된 군사정권을 극복한 이래, 경찰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2002년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의 두 번째 기습공격으로 우리 해군 장병 24명이 살상되는 비극이 발생했음에도 군 최고 통수권자라는 대통령이 한일 월드컵 축구를 본답시고 일본을 방문했던 사건,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표기 논란, 그리고 해군 작전사령부의 이전 문제, 한미 전작권 전환 문제 등 대한민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들이 국토방위와 국가 수호라는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잘못 결정되었다는 군 원로들의 우려가 무시되어 온 지난날이 상징하듯, 명예를 먹고 산다는 우리 군의 사기와 전투수행 능력 그리고 정신무장이 최근 급격히 약화되어 왔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잃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2010년 올해, 초등학생에게까지 멀쩡한 남의 나라 땅을 자기네 것이라고 뻔뻔하게 가르치기 시작하는 이웃 일본을 보면서도, 현대사 우리 민족 최고의 비극인 6.25 전쟁조차 제대로 모르는 초등학생을 35%나 가진 우리 사회는 멀리는 임진왜란으로부터 일제치하 36년과 북한의 6.25 침략전쟁 등 여러 민족사의 비극이 사색당파나 좌우익 대립으로 우리 내부가 갈등하고 분열되었을 때 반복되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자.
개구리복 얼룩무늬, 선글라스를 비난하면서도 깃발에 복면에 죽창으로 내 자식 아니라고 마음대로 찔러대는 마음으로는 진정한 노동자, 농민의 천국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 사회는 깨우치자.
만에 하나 국가적 위기상황이 도래했을 때, 정녕 우리를 지켜내고 살릴 이가 누구인가. 백두산 정기를 받았다면서도 수백만의 인민을 굶겨 죽인 위대한 장군님 부자(父子)가 거느린 “수령님의 군대”가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는 얼빠진 추종자가 아니라면, 밉든 곱든 때로 실수를 하더라도 내 아들, 딸들이 있고 몸담았던 대한민국 국군만이 우리 땅, 내 재산, 내 생명을 지킬 최일선의 보루임을 명심하자. 우리의 군을 더 따뜻하게 사랑하자. 더 소중하게 아끼고 믿어주자.
그리하여 그들 모두가 ‘고 한주호 준위’처럼 나라의 부름이 있을 때 언제든지 주저 없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자랑스럽게 앞장설 수 있도록 그들의 명예를 존중하고 그들의 노고를 항상 위로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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