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이 어떤 남자를 보고 늑대보다 못한 인간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는다. 왜 하필 인간을 그 늑대와 비교했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고개가 끄떡여졌다.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암컷과 새끼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쳐가며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 동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단 먹이를 구해오면 무조건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먹게 한다고 한다. 사냥을 할 때는 약한 상대는 거들떠보지 않고 제일 강한 상대를 선택해서 사냥을 한다. 또한 늑대는 독립한 후에도 자기 부모를 보러오고 주위를 살피다 간다고 한다. 늑대는 인간이 먼저 괴롭히지 않는 한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가끔 이곳 수퍼마켓에 갔을 때 한국 와이프가 적어준 리스트를 한 손에 들고 장을 보고 있는 미국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이렇게 정성스러운 남편들도 있는 반면 얼마 전 신문에서 본 한국의 농촌 이야기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 사건은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해질 수 있는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아주 오래전 언젠가부터 한국 농촌의 여자들은 돈을 번다고 모두 서울로 서울로 가버리고, 결혼 적령기의 총각들이 신부감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신문에 자주 실린 적이 있었다. 이후에 월남이나 캄보디아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아시아 국가에서 중매쟁이에게 돈을 주고 여자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 중 일부는 자리 잡고 잘 살고 있는 반면 많은 숫자의 한국남자들이 구박과 상습 구타, 그리고 심한 인종차별로 모멸감을 주다가 결국은 몇 달 살지도 않고 돈도 주지 않고 쫓아낸다고 한다.
그리고 곧 바로 이혼 수속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또 다른 새 마누라를 데려오다 보니 어떤 이들은 몇 년 만에 6~7번 결혼한 것을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듯 자랑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한국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남아 출신의 여자들은 자살을 하거나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고 한다.
어떤 조건에서 했건 옛부터 결혼은 신성한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그리 잘 살아서, 또 ‘결혼’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면 자장면 맛 없으면 우동 먹고, 우동 맛 없으면 또 짬뽕을 먹는 것쯤으로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얼마 전부터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 국민과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니 정말 부끄럽다. 꼴뚜기가 어물전 망신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처음부터 존중감이 결핍된 결혼이더라도 일단 자녀들까지 있다면 그런 사실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의 미래는 어찌될까 그것도 심각한 문제다.
돈을 주고 사람을 사온다는 것은 인신매매이며 이런 방법 말고 다른 대책은 정말 없었는지 안타깝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백화점에서 물건 사듯 결혼하고 조금 싫증이 나면 무르는 식의 사고 방식은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는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우리의 사랑하는 딸들이 남의 나라에 가서 이런 몸서리쳐지는 일들을 당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아무리 경제수준이 선진국이라 해도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남편들을 ‘늑대보다 못한 남자’라고 했나보다.
위의 남편들과는 대비되는 어떤 한 남편이 오랫동안 함께 고생하며 살아온 아내의 자는 얼굴을 보며 쓴 글이 비교가 된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당신을, 살아오면서 내 방식으로 바꾸고 세차게 훈련시켜서 내 틀 안에 넣으려고만 한 것 정말 미안하구려. 내가 조련사도 아니고 말이요. 그러니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힘든 세월이었을까. 여보 미안하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는 이상형 남자를 늑대 같은 남자라 하며 늑대 같은 남자만 만나면 여자가 울 일이 없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어떤 남자를 늑대 같다고 하면 그것은 대단한 칭찬이라고 한다.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