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천안함’ 희생장병 38명의 시신이 안치된 평택 2함대사령부를 찾는 추모의 발길이 공휴일에도 끊이질 않고 있다.
실종장병 46명 중 함미에서 수습된 38명의 시신이 안치된 2함대에는 휴일인 18일 유가족들과 현재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의 친인척은 물론, 일반시민들의 애도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한 가족" ‘격려’와 ‘위로’ = 가족협의회 측은 "함미 인양 당시 1명씩 장병의 신원이 통보될때 너무 힘들었다"며 시신을 수습한 가족과 그렇지 못한 가족들간의 안타까운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가족들이 (시신을 찾은)유가족들에게 격려할 때면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가 인사라며 "죄인처럼 너무 죄송하다"고 또 다른 아픔과 고통을 밝혔다.
이날 평택 2함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가족들의 친지와 이웃 등 300여명이 찾아와 슬픔을 나눴다.
故 이상민 병장(89년생) 삼촌은 "상민이 엄마, 아빠한테 ‘마음 굳게 먹어라’라고 했다"면서 "팔자려니 생각하고 잊어 버려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故 박석원 중사 삼촌 정규씨는 "지금 사람들이 시신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한다"며 "살아있어야 할 사람들인데 시신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는 처지가 됐다"고 침통해 했다.
동생의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이창기 원사의 둘째형 성기(46)씨는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들이 진짜 너무 부러울 정도다. 그 가족들은 그래도 저희보다는 안도는 하는 편이잖아요. 우리가 정말 시신이라도 찾아서 축하한다고. 이렇게 되는 세상이 돼버렸읍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고모부 등 일가족이 찾은 실종자 장진선하사의 어머니는 "우리(애)는 못찾았다. 어쩌다 8명 안에 포함됐는지 모르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똑같이 아들잃은 심정" 줄잇는 일반 조문객 = "집에서 TV방송만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찾아왔다"는 최운기(71.수원) 할아버지는 "노인네가 여기와서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은, 그래도 가족들 얼굴 한 번 보고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며 가족들을 방문하려 했지만, 군의 ‘친척외 방문 금지’ 방침에 "꽃 한송이라도 헌화할 수 있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
자신을 참전유공자로 소개한 군복차림의 김현봉(78. 화성)할아버지는 "큰 슬픔을 겪은 가족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어서 왔다"며 "장병들의 주검이 너무 안타까워서 잠도 안온다. 오늘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농사짓다 말고 여기까지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똑같이 아들을 잃은 심정"이라는 윤영진(48. 김포)씨는 부인과 함께 왔다가 무거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유가족들의 슬픔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국민도 마음 아파하고 슬퍼한다는 것을 가족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그는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뒤 "그냥 돌아가야 한다니 아쉽다. 어느 곳에 분향소가 차려지든 찾아가서 마음을 표현하겠다"며 돌아섰다.
침몰 사고 후 20일이 지나도록 곳곳에 조기가 게양된 해군아파트 단지는 휴일에도 불구, 인적이 드문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이다.
◇가족들 ‘탈진’ ‘감기’ 환자 속출 = 2함대 내 임시 숙소 옆에 마련된 진료실에는 시신 수습 후부터 급격히 탈진상태를 보이는 환자들이 늘었다.
함미인양 전 1일 평균 20여명이던 환자는 시신 수습 당일인 지난 15일 40명, 지난 16∼17일 평균 33명이 치료를 받았다.
의무대 측은 "많이 울기도 하고 식사도 못하니까 너무 힘이 없어서 거의 탈진상태인 분이 많다. 감기환자 역시 많다"며 "보통은 주사를 맞고 숙소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부의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연합뉴스) 김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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