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車·농산물 개방, 투자 약속하고 상호관세 25→15% 낮춰
▶ 한미, 25일 ‘2+2 통상협의’ 주목
▶ 전문가 “美 완강한 입장으로 보여…日과 비슷한 수준 타결 필요”
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일을 9일 앞두고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속속 관세 협상을 타결 지으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예정된 가운데 한국과 산업·수출 구조가 유사한 일본이 미국이 25%로 예고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성과'를 내면서 미일 간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당국은 일본의 자동차·농산물 등 시장 개방과 대규모 투자 약속 등 조치를 분석하면서 이틀 뒤 열릴 대미 통상 협의의 전략 다지기에 들어갔다.
◇ 車·농산물 열고 관세 10%p 낮춘 日…인니·필리핀도 '타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일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며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는 15%"라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올해 4월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를 24%로 예고했다가 지난 7일 25%로 올린 바 있는데, 여기서 10%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일본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에 자동차·농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고,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일본은 미국에 5천500억 달러(약759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대미 투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으나, 한국에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대미 투자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달 초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의 제안'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사항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도 미국과 조인트 벤처(JV)를 함께 설립해 참여하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한국에도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수차례 전달한 바 있어 오는 25일 '2+2 협상' 테이블에 이 문제가 의제로 함께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 기간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차르'로 불리는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 겸 내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을 면담할 예정이어서 관련 논의가 진전을 볼지 주목된다.
이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도 각각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지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농산물, 의약품에 대한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 세율을 32%에서 19%로 13%p 낮췄다.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은 미국이 한국을 향해서도 비관세 장벽이 있다고 주장하며 규제 철폐를 주장해온 품목이어서 추후 한미 관세 협상 테이블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인도네시아가 모두 일정 부분 양보한 자동차 시장은 미국이 한국에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시장 개방 등 압력을 가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약 556억달러의 적자를 봤는데, 이 가운데 자동차 부문의 적자가 절반이 넘는 약 320억달러에 달해 '불공정 무역'이라며 미국산 자동차 시장 접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대미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에 미국이 부과하고 있는 25%의 품목관세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 韓 "日 합의 파악해 25일 협의 대응"…美 거센 압박 우려
통상 당국은 미국에서 이날 잇따라 전해진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와 산업 구조 및 대미 수출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협상 내용을 파악하는 데 정보력을 집중하면서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 전략을 가다듬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통상 협상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일본이 자동차 시장을 어떻게 열어줬는지, 쌀 개방은 어떤 의미인지 등 미일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이를 최대한 감안해 미국과의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가 25%에서 15%로 조정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도 협상을 통해 관세를 10%p 낮출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미국의 최우방으로 꼽히는 일본에도 절대 낮지 않은 15%의 관세가 여전히 부과되고 있다는 평가를 함께 내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관세 협상에 있어 바로미터로 봐야 하는 게 일본"이라며 "일본이 기존보다 낮아진 15%의 상호관세가 매겨진 것을 보면 우리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미국에 무엇을 내줬느냐를 봐야 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30개월 이상 소고기, 쌀 등 농산물 개방이 협상의 메이저 이슈가 될텐데, 농산물, 방위비, 직접 투자 등 모든 협상 카드를 총동원해야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일본의 상호관세를 보면 미국의 입장이 정말 완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상호관세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타결하되,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한국에 중요한 품목별 관세 쪽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장 원장은 조언했다.
25일 관세 협의에서 농산물, 디지털, 자동차 등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핵심 분야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컸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자동차, 농산물 등에 대해 규제를 완화한 점이 눈에 띈다"며 "미국이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관련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진 만큼, 한국은 이 분야에서 협상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리스크팀장은 "일본의 쌀 시장 개방은 그간 어려웠던 건데 자동차 시장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을 양보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도 그 정도를 내줘야 협상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대규모 투자 등 일본이 이것저것 양보해 15%를 받았는데, 우리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새 정부 들어 최근 협상팀을 새로 꾸린 만큼 협상 타결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대안 제시를 위한 정부 내 논의와 관련된 기업·산업·업종 관계자에 대한 설득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일 협상이 완료됐다고 하지만, 실제 언제부터 적용하는지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9월부터 시행이라면 8월까지는 계속 협상하겠다는 의도인데, 한국도 당장 세세한 부분까지 이번 협의에서 타결하기보다 협상 시간을 버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다만 "미국이 계속 압박한다면 조선, 항공, 원자료 동맹, 협력사업 등 영역별 협력 내용을 적시하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큰 틀에서 협의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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