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 “멜라니아 예술 열정 기리려는 것” vs 민주 “센터 장악 시도”
▶ 트럼프 ‘문화전쟁’ 주무대 된 케네디센터…명칭 변경 법안 통과는 불투명
워싱턴DC의 대표적 공연시설인 케네디센터의 오페라 공연장 이름을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이름을 따서 변경하는 방안이 공화당에서 추진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계에서 진보적 색채를 빼내는 '문화 전쟁'의 주무대로 케네디센터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공화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문화계에 대한 트럼프의 영향력을 더 키우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원 세출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 이름을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오페라 하우스'로 바꾸기 위한 입법 절차에 나섰다.
공화당 의원들은 내무부 등에 대한 내년도 지출법안 수정안에 이 같은 명칭 변경 내용을 포함시켰다.
해당 수정안은 이날 세출위원회에서 채택됐으며, 이후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고 상원에서도 60표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입법이 완료된다.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인 상원 의석 구조상 야당인 민주당 의원 일부가 동의해야 하므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마이크 심프슨(공화·아이다호)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 명칭 변경에 대해 "예술에 대한 그녀(멜라니아 여사)의 열정을 기리는 훌륭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첼리 핑그리(메인) 민주당 하원의원은 "케네디센터를 장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움직임 가운데 또 하나의 공격일 뿐이다. 이것(명칭 변경)에 대한 대중의 합의가 없다"고 NY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인 올해 초 케네디센터 이사회의 진보성향 이사들을 해촉하고 자신을 직접 이사회 의장에 '셀프 임명'했다.
그는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케네디 센터를 매우 특별하고 흥미진진한 곳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더 이상의 드래그쇼(여장 남성 또는 남장 여성의 공연), 반미국주의 프로파간다(선전)는 없다. 오직 최고만"이라며 케네디센터의 공연 방침을 제시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문화 전쟁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뮤지컬 레미제라블 관람을 위해 케네디 센터를 찾았을 때 관중석에선 함성뿐 아니라 비난과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여장 남자인 '드래그퀸' 복장을 한 성소수자들도 현장에서 항의 시위에 나섰다.
공연계의 상징과도 같은 케네디센터에서 오페라하우스는 두 번째로 큰 공연장으로 2천3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예술 분야의 평생 공로를 기리기 위한 '케네디 센터 아너스' 시상식이 해마다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 공연장들은 일반적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공연장 이름을 정하게 할 권한을 부여하는데,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이번 명칭 변경으로 모금 기회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보도했다.
한편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감세·지출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은 케네디센터에 2억5천만달러(약 3천44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케네디센터가 통상적으로 받던 정부 예산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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