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50년 전에 플라톤은 이원론(dualism)을 통해 이 세계를 이상적인 이데아의 세계와 현실적인 물질의 세계로 나누었습니다. 플라톤의 이원론은 그 후 인간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플라톤의 이원론은 데카르트에 이어져 인간의 실체를 육체와 영혼이라는 이원론으로 분리하였습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선을 긋기 좋아하고 경계선을 긋는 일을 하는 것은 아마도 이 이원론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교회는 선한 곳이고, 세상은 악한 곳이라 하여 선과 악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이원론적 신앙이 많은 갈등을 가져옵니다.
교회가 세상에 대하여 책임적인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주저하고 두려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소위 교회는 정치에 간여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는 저 보수적 종교인들의 사고에는 세상은 이미 악으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와 세상의 두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은 교회에서는 교회에서 대로, 세상에서는 세상에서 대로 심한 괴림감과 신앙적 갈등을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교회에서는 신앙적 감성을 터치해 주는 종교적 의식에 의해 신앙적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지만, 세상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그 신앙적 성취감을 뒤로 밀어 놓은채 세상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때로는 불의와 타협해야 하고, 때로는 남을 억누리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신앙을 팟죽 한 그릇에 팔아 먹기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면의 죄의식은 더욱 커지게 되고, 이 죄의식을 무마하기 위해 또 다시 종교적 열정에 심취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신앙과 생활의 괴리가 커져갑니다. 교회가 세상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책임을 져야 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은 이원론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이원론이 이 세상에 분리와 분열을 가져왔습니다. 지금 이 세계는 잘못된 이원론에 의해 극심한 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남과 북이 동강난 후로 남과 북의 치열한 이원론적 대립, 보수와 진보와의 극심한 양극화가 심화할 때로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부쉬는 ‘악의축’(Axis of evil) 으로 세계를 둘로 나누는 일에 일조하였습니다. 이러한 분열과 분리는 다양성과는 다릅니다. 다양성은 존재의 차이입니다. 다양성은 언어나 의상, 전통, 사회를 형성하는 방법, 도덕과 종교에 대한 관념, 주변과의 상호작용 등 사람들 사이의 존재방식의 차이입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다양한 상황과, 지리적, 기후적, 언어적 다름에 적응하며 살아왔습니다. 언어, 의상, 전통의 차이뿐 아니라, 각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 공유되는 도덕 관념,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해 다양성은 발생합니다. 따라서 다양성은 오늘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토대입니다.
우주는 다원의 공간이고 99종 이상의 원소가 공존하면서 끊임없이 조화함으로써 우주는 존재한다고 합니다. 느끼고 판단하는데 따른 판단의 다양성(多樣性)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가지면서 사회란 공동체가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사물에 대한 인식의 다양함이 조화를 이룰 때 그 다양성이 듀얼리즘을 차버리고 훨신 여유있고 넉넉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기독교는 배타성과 폐쇄성을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기독교가 다양성을 잃어버릴때 하나됨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다양성을 품어야 합니다. 민족, 인종, 언어, 문화, 전통의 다양성을 품을 때 그 다양성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명철
수도장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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