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 날을 시작으로 지난 주간에는 장애우를 섬기는 밀알 선교단의 주관으로 수차례 간증과 눈물과 진한 감동이 있는 집회에 참석했다. 밀알 선교단을 통해 장애우들과 교제하고 늘 그 아픔을 가까이 대하지만, 지난 주간은 특별히 장애의 문제를 숙고해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형편이 괜찮을 때는 쉽게 믿음을 이야기하지만, 진정한 믿음은 역경과 고난을 통해서만 검증된다고 보겠다. 본인이 장애를 입거나 장애 아동의 부모가 되어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불같은 시련을 뛰어넘어,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며 장애를 극복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삶을 사는 것을 보면 믿음의 큰 도전을 받는다. 그것은 영원한 삶의 소망을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인격적으로 경험한 사람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전혀 시력과 청력이 없고 말도 못하는 3중 장애 아동 승욱이 엄마의 간증은 나를 참 부끄럽게 했다. 물론 그분도 처음에는 ‘불가능’이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으며 눈물과 좌절과 분노로 어쩔줄 몰랐지만, 내 아이만은 완전해야 한다고 고집한 것이 욕심임을 깨닫고 그 시련을 믿음으로 잘 극복하여 이제는 승욱이로 인해 더 없는 사랑과 기쁨을 누리며, 그 아이를 맡기신 하나님께 진정 감사하는 모습을 보며 위대한 믿음의 힘을 본다.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청력회복을 위해 와우이식(Cochlear Implant) 수술 후 승욱이는 약간의 청력을 회복하고 ‘아’같은 극히 단순한 음을 따라 하는데 3년이 걸렸다 한다. 이 아이가 다닌 특수학교 선생들, 이 아이를 위해 휴가를 반납하기도 하고, 또 좋은 학교에 전근을 포기한 분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장애우를 위해 오랜 세월 헌신을 아끼지 않는 사역자들, 특수학교 교사들은 아마도 장애우를 사람의 가치 기준 보다는 이들을 지으신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익숙한 분들일 것이다. 하나님에게는 장애우들도 똑같이 사랑받는 귀한 자녀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공생애 첫 말씀에 이사야서를 인용해 “눈 먼 자에게는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하였고, 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에게 “죄 때문이 아니요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고 말했다. 예수는 장애우와 같이 연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예수의 뒤를 좇는 성도들도, 교회도 장애우들에게는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워싱톤 밀알 단장은 장애인 주일에 장애우들을 초청해 같이 예배드리기를 청하는 편지를 이 지역의 350여개 한인 교회에 보냈는데, 이 편지에 응한 교회는 버지니아의 단 한 교회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장애주일 전에 장애우들을 초청해 즐겁게 해 준 몇 몇 교회가 있긴 하지만.
장애우의 옆에서 느끼며 배우는 것은, 섬기는 비장애우들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며 도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섬기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되고, 서로 짐을 나누는 기쁨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폐증을 비롯해 정신적, 지능적 장애를 지닌 장애우들은 그 마음이 참 깨끗하고, 거짓이 없고, 작은 일에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이 되어 종종 우리의 세상 죄에 찌들고 부패하여 냄새나는 그 모습을 깨닫게 한다. 또한 우리의 욕심 때문에 불평, 불만과, 감사치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깨우쳐주기도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 서로의 짐을 나누는 세상은 살 만한 곳이다. 우리 모두는 장애의 소지를 품고 있는 예비 장애인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는 완전한 창조주 앞에서는 이미 부족과 흠집투성이인 장애인 일 수밖에 없다. 가난한 마음으로, 낮아진 모습으로, 서로가 서로를 껴않으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우며 장애우를 섬기는 사역은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그분을 기쁘시게 하는 사역임에 들림 없다. 왜냐하면 예수님도 우리 모두 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내주기까지 섬기려 오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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