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어느 TV 기자가 권양숙 여사에게 (영부인이 된) 소감을 물어 보았다. 나는 물론 여사께서 “남편의 뜻을 충심으로 받들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도록 내조를 잘해 드려야 할텐데, 제가 워낙 미흡하여 걱정스럽습니다”와 비슷한 내용의 말씀을 하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여사께서는 그런 내용의 말씀은 하지 않고, “자기는 이제 그토록 하고 싶어 하던 대통령이 되었지만 나는 뭐냐”라고 말씀하셨다. 옆에서 여사의 이 말씀을 듣고 있던 당선자께서는 “여자는 할 수 없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여성의 한계(限界)를 말씀하신 것일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는 남녀평등사상에 대하여 매우 걱정해 왔는데 이 몹쓸 놈의 사상이 대통령 영부인에게까지 침투했구나 하고 생각하니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여사께서 하신 말씀은 “남성인 남편은 (대통령 당선 등)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사는데 여성인 나는 남편 내조하느라, 살고 싶은 내 인생을 살지 못하지 않느냐” 이런 뜻이다. 그러니까 남편은 자기 인생을 살지만 나는 내 인생을 살지 못하니 남녀가 평등하지 못하다 이런 이야기다.
이렇게 남녀평등 의식이 투철하신 여사께서는 이후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기 위하여 발 벗고 나서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를 들면 받지 말았어야 했었던 돈을 받아, 평소에 갖기를 원했던 미국의 집도 남편 몰래 사신 모양이다. 그것이 남편을 죽음으로 이끄는 선악과인 줄은 미처 모르시고, 남편 위주로만 살아왔던 지난날의 잃어버린 인생을 여사께서는 이런 식으로 보충하려 하신 듯하다.
우리네의 젊은 부부 가정에서 이와 비슷한 예가 흔히 있다.
남편은 값싸고 휘발유 적게 먹는 4기통 현대차를 사고 싶어 하는데 부인은 고급차인 렉서스를 고집한다. 서로가 자기 주장을 하다가 결국에는 ‘남녀평등사상’이 등장한다. 부인 왈, “지금은 남녀평등 시대인데 왜 자기(남편) 위주로만 살려고 하는냐?”고 대든다.
이렇게 남녀평등이라는 현대식 무기를 들고 덤비는 부인을 이길 남편은 이제 별로 없는 듯하다. 남녀평등으로 무장한 여성 특유의 사치와 낭비를 무슨 수로 다스리겠는가! 가부장이 죽은지도 오래고.
여성 언론인들의 글을 읽어보면 이분들은 지금의 남녀평등 운동이 지난날 여성참정권 운동시절의 그것과 같은 정신의 것인 양 생각하는듯한데 이것은 천부당 만부당하다. 여성 참정권 운동시절의 남녀평등은 그 기본 정신이 남존여비사상을 타파함으로서 강자의 횡포를 반대하자는 것이고 지금 여성부 등에서 하는 남녀평등 운동은 여성 상층부의 여성들이 돈 생기는 자리에 앉겠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좀 지나친 표현이 될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여성들도 권력 있는 자리에 앉아서 강자의 횡포를 부리는 쾌감을 맛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기 아버지가 저질렀던 횡포에 대해 사과도 반성도 없는 박근혜씨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그 예(例)다. 박근혜씨가 집권한다고 해서 강자의 횡포에 신음하는 일반 여성들의 삶이 나아질 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 참정권 운동에는 강자의 횡포를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이 크게 협조 했었지만 오늘날의 남녀평등운동에는 그렇지 않다.
월남 여성공산주의 지도자인 빈(Binh)여사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은 현모양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현모양처는 남녀평등과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라서 한국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이미 한국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여성 일반은 남녀가 평등한 메마른 사회가 아니라 강자의 횡포가 없고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에서 행복을 느낄 것이다.
남녀평등 사상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어렵게 하여 가정을 파괴하고 수많은 남편들을 우울증에 걸리게 하여 파멸로 이끄는 사상이다.
나는 남녀평등 운동이 대통령의 죽음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jkhwang1@yahoo.com
황종규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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