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조사하되 한점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천안함 사고 5일 만인 4월 30일 최전방 사고현장 백령도에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했던 말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있지도 않는 생화학무기를 빌미로 벌인 이라크 전쟁 40일 만에 시애틀에 있는 미 태평양 함대상에서 함재전투기에서 내리면서 승전기념식을 거창하게 했던 것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접전 지역에서의 대통령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온갖 억측과 연일 쏟아내는 어떠한 가설적 보도에 대해서도 참고, 또 참아야만 했다.
사고발생 두 달 만에 정부는 결정적 증거(?)까지 내놓고 공식적인 발표를 했다.
발표했으니 믿어라. 기다렸다는 듯이 앞뒤도 옆도 볼 것 없이 총진군이다. 전시작전지휘권 하나도 없는 나라에서 초전에 박살도 찍소리 못하게 할 것 같은 기세가 질풍노도와 같다.
선거를 의식한 야당까지도 부분적 동의하에 발표 결과에 가세하니 점입가경이다. 시쳇말로 조사가 조사다워야 발표를 믿을 것 아닌가.
24일 <정경뉴스>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비전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양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천안함 사건 관련 각종 정부발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29.1%는 ‘신뢰하지 않는다’, 16.3%는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총 45.4%가 불신한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24.4%에 그쳤고, 30.2%도 ‘모르겠다’고 답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의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적시해 두고자 하는 것은 추호도 북한을 대변하느니, 북한편을 든다느니 그런 말장난으로 논지를 흐리지 말기를 재삼 당부한다. 제발 조사의 한계성이 있다면 부족한대로 투명하고 담담하게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전 정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국가수반으로서 도의적 책임의 최정상에 있다고는 하지만 일을 수습하고, 국론을 정리해 가는데 무슨 겉치레가 그렇게 번잡한가.
직무선상에 있는 휘하에게 직무적인 책임을 지게 하여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직무태만이나 직무회피적인 모습에 동조 내지 방관하는 것은 위상이나 무게로 보아 전혀 어울리지도 온당치도 못하다.
양당제 정치구도 속에서는 지도자의 의견에 25%의 국민들은 사실관계나 이해관계 없이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 반대의견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히려 유치하다.
당신이라면 선뜻 동의할 수 있겠는가 ?
1년 전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이 참모들의 정책건의에 대해 “나를 먼저 설득해 보시오”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치기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이번에 정부의 공식발표가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실체적 진실과 이를 충족시키기엔 그 기준이나 투명성에서 형편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자초한 것이다.
우선, 열상감지(TOD)기록을 공개하라. 사건 발생 전과 발생 후 장면만 있고, 정말 필요로 하는 결정적인 순간의 기록은 없다고 한다.
어뢰니, 버블제트 같은 논란 자체가 속이 후련하게 설명될 수 있다. 그러니 정부 발표가 믿거나 말거나가 되어버렸다.
둘째로, 교신 기록과 해군 전술지휘체계의 공개이다. 항공기 사고 시에도 블랙박스를 못 찾더라도 1차 교신기록으로, 그리고 운항기록으로 사실관계를 밝혀내고, 그렇게 되면 그것에 이의를 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후진적인가.
제한적으로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텐데도, 바로 코밑에까지 와서 배를 두 동강 내고 쥐도 새도 모르게 달아날 때까지 모르고 있는 전함이 어떤 전략적 비밀이 그렇게 많아서 안하고 있는 것인가.
왜 사고가 났고, 왜 모르고 있었으며, 누구의 잘못인지가 거창하게 조사단 꾸리지 않아도 밝혀진다. 못 믿는 자들을 비난하려거든 그 이후에 하라.
마지막으로, 인양된 선체의 공개와 조선 전문가의 활발하고, 자유로운 조사활동 보장이다. “철저하게 조사하되 한 점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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