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회원 MD
-고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00마리를 끌고 고향인 강원도 통천으로 휴전선을 넘어 갈 때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주야장천 돈만 벌 줄 알았던 80넘은 노인네가 ‘참으로 돈 한번 기막히게 쓸 줄 안다’고 입들을 모았었고, 그토록 부르짖다가 지친 통일이 드디어 손에 잡히구나 성급한 생각도 했었다.
세계도 깜짝이나 놀랐다. 도무지 타협과 협조, 대화라는 걸 모르던 남과 북이었다. 같은 민족인데도 철천지원수가 따로 없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들이 안타깝다 못해서 대화를 주선해 보려고 해도 일정조차 서로 맞추지 못한다.
소떼 방북 이벤트는 이산가족상봉 프로그램 같은 정략적 이벤트와는 그 발상과 실행이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전 정부에서였다면 이게 가능했을까? 답을 먼저 한다면 ‘아니다!’이다.
98년 11월부터 겨레의 명산 금강산 관광이 시행되었다. 죽기 전엔 가 볼 수 없다 던 곳이 누구나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2000년에 들어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이 합의됐다. 민족의 동맥을 연결시키는 사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이 대통령 되면 빨갱이 세상이 되니 이민 가겠다는 말이 공공연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하는 일마다 도무지 그들의 머리로는 상상이 안 되는가 하면, 어떻게 뒤집어보면 영낙없는 ‘빨갱이 통일’을 하고 있다. 들고 떠들자니 겨레를 넘어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머물고 있어서 미친 놈 소리 들을 것 같고, 조용히 있자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통일정책은 이전의 남북한 통일정책과는 전혀 색다른 접근이어서 북에서 조차도 변명과 회피를 못하도록 치밀하고 주도적으로 남북의 마음을 녹인 끝에 2000년 6월 제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냈다. 북한 김정일이 서울에 오는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의 국운과 목숨을 담보로 하는 회담이었다. 철학과 소신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민족적 지도자의 모습을 한민족과 전 세계에 알리는 쾌거이자, 이를 토대로 남과 북이 바다, 하늘, 땅을 연결하고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 동유럽까지 시베리아 철로를 연결하여 한반도를 주변국에서 중심국가로 발돋움 할 터전을 만들어 놓았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남녀평등, 국민 기초 생활자의 보호 등에 전 세계는 감동했고, 그해 노벨평화상 부문엔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을 비롯한 115명, 35개 단체가 몰려 사상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평화전도사 김대중을 선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였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을 둘러싼 이상한 억측과 질시는 익히 알려진 대로 막장을 치달았다.
“난 김대중에게 노벨상을 주지 말라는 한국인들의 로비 시도를 받았다. 노벨상은 로비가 불가능하고 로비를 하려고 하면 더 엄정하게 심사한다. 한국인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을 반대하는 편지 수천 통이 전달되었다. 내가 노벨 위원회에 들어온 이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나라에서 반대를 표시하는 편지가 날아 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노벨위원회 군나르 베르게 위원장이 당시에 했던 말이다.
2009년 8월 그는 85년 영욕의 생을 마감한다. 용서와 화해를 실천한 조용한 거인이 가라 앉았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그의 문화와 방송언론정책 때문에 많은 개그쇼에서 웃음거리로 등장해도 국민이 행복해 했고, 21세기 IT강국의 선점은 오늘날 우리들이 온 몸으로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가 떠난 지금에도 ‘이유 없이’ 미워하는 자신들에게 한번쯤 ‘나도 혹시 그의 가해자가 아니었나, 되돌아 보는 것도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고 싶다.
그해 9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시대와 국가를 변화시켜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11명중 한명으로 그를 선정했다.
민주투사 김대중,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민족지도자 김대중, 평화전도사 김대중의 다난했던 영혼에 평화와 안식이 함께 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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