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무너졌어도 경영진은 건재한다
2년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이사들은 멀쩡히 살아남은 경우가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금융위기 당시 파산했거나 정부의 긴급지원을 받은 대기업에서 일하던 이사들이 오늘날에도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도했다.
16년동안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에서 일하다가 이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기 직전에 물러난 마셜 코언의 경우 지난해 뉴욕의 투자은행인 글리처 & 컴퍼니에 이사로 영입됐다.
베어스턴스에서 이사로 일했던 헨리 비넨 역시 글리처사가 영입했다. 비넨은 베어스턴스에서 2004년부터 JP모건에 흡수되는 2008년까지 이사로 활동했다.
두 사람의 영입은 리먼 브라더스 붕괴 이후 2주년을 맞은 오늘날 당시 금융위기의 중심에 있던 기업을 경영하던 사람들이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망할 경우 회사 경영진은 투자자들로부터 지탄을 받는다. 일부 투자자의 경우 이사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이전부터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대주주들은 이사진을 옹호하는 경우가 많다. 비록 경영에는 실패했지만 여타 분야에서 보여준 이사들의 열정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일반대중의 경우 금융위기의 책임은 주요 기업의 대표들이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정서 때문에 제임스 케인 베어스턴스 전 CEO의 경우 아직 아무런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리처드 풀드 전 리먼 브러더스 최고경영자 역시 소규모 자문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실패가 반드시 이사진의 잘못된 결정 때문 만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사들은 회사의 주요 결정을 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뽑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고 주요 간부를 임명하며 기업의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기도 한다,
지난 부동산 버블 시기에 회사가 돈을 빌려 위험한 투자를 하도록 결정한 사람들도 바로 이사진이다.
월스트리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기업 이사회에 관한 책 ‘머니 포 낫싱’을 저술한 존 길레스피씨는 "미국 기업 구조에서는 기업에 대한 책임을 이사진이 지도록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에 기업이 잘못될 경우 CEO가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망한 기업의 이사들이 새 회사에 영입되지는 못하더라도 기존에 보유한 이사직을 유지하는 경우는 더 자주 볼 수 있다.
리먼 사의 이사였던 마사 에번스의 경우 웨잇 워처스와 헌츠만, 오피스 데포 등의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해 연봉 50만 달러를 받았다.
회사가 다른 기업에 인수되면서 망한 회사의 이사가 새 회사에서도 이사직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찰스 로소티와 버지스 콜베르트 등 메릴린치에서 오래 녹을 먹었던 이사 두 명을 새 회사의 이사로 지명했다.
스탠퍼드대에서 기업법을 강의하는 마이클 클라우스너 교수는 "망한 기업의 이사들은 실패한 경영에 대한 책임문제만 제외하면 아주 귀중한 경험을 한 셈"이라면서 "이런 경험이 오늘날 훌륭하게 이사직을 수행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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