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고스 소프로나스(66)는 아테네에서 40년째 여성 가방을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올 초 그리스 정부가 금융 위기 타개를 위해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바람에 매출이 45%나 줄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그 대가로 유로 존 파트너와 IMF로부터 1,540억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 조치로 기업의 크기에 관계없이 이윤이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감소했다.
기업 96% 차지하는 영세 기업이 더 타격
세금 삭감, 기업 지원 등 정부 대책 부심
주변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것을 본 소프로나스는 불안하지만 파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자기 가족과 5명의 직원을 가리키며 “이 비즈니스로 9명이 먹고 산다”며 “나는 기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는 직원 10명 이하의 작은 비즈니스가 전체 기업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경우 직원은 주인 포함 단 한 명뿐이다. 그럼에도 총 500만명의 근로자 중 200만명이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 아테네와 주변 섬에 있는 업소들은 특히 관광 의존도가 크다. 그러나 이 분야도 금융 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리스 상공회의소 의장인 바실리스 코키디스는 “중소기업은 그리스의 생명”이라며 “지금 출혈이 심하다”고 말했다. 파판드리우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라는 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제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의 방만한 공무원제와 연금제를 수술하고 탈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후 정부가 이제 중소기업 돕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유럽 연합으로부터 받은 50억 유로를 중소기업을 돕는데 쓸 계획이다. 그리스 은행도 이 기금에 돈을 낼 계획이지만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개발부 장관인 미칼리스 크리소코이디시는 “우리는 돈을 시장에 신속히 공급하도록 은행과 협정을 맺었다”며 “중소기업들이 싸고 손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은행들이 기업에 융자를 더 해 줄 수 있도록 250억 유로를 따로 배정해 놨다.
파판드리우 총리는 정부가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추겠다고 거듭 공언해왔지만 언제 그렇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다. 현재 기업 소득세율은 24%고 배당 세율은 40%다. 지난 달 파판드리우 총리는 기업세율을 20%로 낮추겠다고 기업인들에게 약속했다. 그 시기도 2014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상의 회장인 코키디스는 이것이 실현될 경우 기업들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융자를 늘린다고 중소기업이 살아날 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들은 은행에 1,440억 유로의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석 달 간 정부에 내야할 세금도 30억 유로에 달한다. 연말까지 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으면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이 세금은 과거에는 내지 않던 것이다.
코키디스는 “이들 기업이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과 소매업이 다 문제다. 중소 제조업체는 단가는 오르는데 돈이 없는 소매업체로부터의 주문은 줄어들고 있다. 소매업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의류, 신발, 액세서리 업체들이다. 이들은 매출이 평균 35% 감소했다.
수도 길가에 가 보면 경기 침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어떤 곳은 네 집 중 한 집이 문을 닫았다. 문 닫은 곳에는 세놓는다는 사인이 빨간 색과 노란 색으로 쓰여 있다. 리모델링 해주겠다는 광고가 붙은 곳도 있다. 문 연데도 비즈니스는 대체로 잘 안 된다. 직원들이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불황은 정부 통계로도 나타난다. 올 첫 6개월 간 2만7,000개의 비즈니스가 문을 닫았다. 새로 문을 연 업소 수도 비슷하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2만4,000개가 닫고 3만2,000개가 열었다. 2대 3의 비율이다. 그리스 기능직 상인 협회에 따르면 상황은 2011년 말까지 급속히 나빠질 것이다. 이 단체는 총 80만 업소 중 17만5,000개가 폐업할 것으로 보고 있다. 5개 중 하나 꼴이다.
많은 기업인들은 정부의 돕겠다는 얘기에 회의적이다. 아테네 중심부에서 50년 넘게 옷 장사를 해 온 마키스 마이스는 “약속은 그만 하면 됐다”며 “몇 개월만 더 기다려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은 줄고 정부가 판매세를 19%에서 23%로 인상하면서 매상이 35%가 줄자 직원 4명 중 둘을 내보냈다.
아테네의 중소 제조업자들도 자금이 돌지 않아 고통 받고 있다. 조명 기구상을 하는 안젤로스 말라페차스는 “고객이 돈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10개 체크 중 7개는 바운스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소매업자로부터 주문이 50% 줄자 수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는 “그렇게 안 했으면 문을 벌써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네 중소 제조업자를 대표하는 기구 회장인 파블로스 라바니스에 따르면 지금 중소기업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는 “정부에 모든 것을 기대서는 안 되고 스스로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싸구려 물건이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는 지금 비즈니스는 살아남으려면 자금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물건과는 단가로 경쟁이 안 되지만 우리는 혁신을 통해 질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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