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이사장과 회장이 비공개로 작성
이사장 재임 중 지정장학금 연변 학생에게만 지급
장종언 전 미주세종장학재단 이사장이 반환을 요구한 4만달러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만달러 기부 이후 계약서 작성 및 집행 과정이 의혹투성이 이기 때문이다.
장 전 이사장은 2007년 7월 재단 사상 최대 금액인 4만달러를 영구 지정장학금으로 기증했다. 재단은 그의 기부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매년 연변과기대 및 연변대생 각 1명과 미주동포학생 2명 등 4명에게 ‘장종언 영구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 전 이사장이 이듬해 3월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처음 얘기와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2008년 첫 영구장학금은 모두 연변대 및 연변과기대 학생 8명에게 돌아갔다. 4만달러에서 나온 이자에 이세희 당시 회장과 이종화 초대회장이 장학금을 보탰다. 미주동포학생에게는 지급되지 않았다.
2009년에도 이세희 회장이 6월 25-27일 중국을 방문, 연변대 4명, 연변과기대 2명 등 6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이 회장은 이 때 장종언 이사장이 기탁한 4만달러로 연변 학생 지정장학금을 만들었다며, 장학금은 4명에게 지급되나 이 회장이 사비를 보태 6명으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때 사비가 아닌 재단에서 장학금이 지급됐다며 나중에 내역을 증빙서류와 함께 밝히겠다고 말해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장 전 이사장은 취임 8개월째인 2008년 11월 8일 이 회장을 만나 문제의 계약서를 제시하며 서명해줄 것을 종용했다. 4만달러의 타 재단 이전 요구 가능, 재단에서의 매칭 펀드 제공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이 계약은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았고, 이사회나 상임이사회에 보고된 바도 없었다. 장 전 이사장과 이 회장, 그리고 장 전 이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화 초대회장 등 2명이 증인으로 참석한 자리였다. 즉 현직 이사장과 회장 둘이서 계약을 주고받은 셈이다.
계약서의 존재는 새로 취임한 명돈의 회장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둔 지난 2월 8일 장 전 이사장은 명 회장에게 서류를 제시하며 계약서의 존재를 알리고 기금의 반환을 요구했다. 이는 같은 달 22일 장 전 이사장, 명 회장 및 황흥주 부회장과의 면담에서 재차 확인됐다.
1년여 가까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회장단과 이사진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전임회장 때 회장과 이사장이 계약을 맺어 놓고, 차기 회장에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계약 위반이라는 사항도 장 전 이사장의 재임 중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장 전 이사장은 그동안 이사회 참석은 물론 장학금 시상식에서 이사장으로서 장학금도 지급하고, 인사말도 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지급한 장학금의 이자까지 돌려달라고 하고 있다는 것.
장학기금 반환논란을 바라보는 한인사회는 당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부한 기금의 반환 요구가 전례 없는 일이고, 자칫하면 10년 이상 수백 명의 2세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며 지역한인사회의 자랑으로 자리잡은 장학재단이 흔들릴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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